키트루다 SC FDA 승인 완료, 환자 65%가 선택한 이유와 알테오젠 투자 전망
2025년 9월 20일, 한국 바이오 역사에 한 획이 그어졌습니다. 머크(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피하주사(SC) 제형 '키트루다 큐렉스(Keytruda Qlex)'가 미국 FDA의 승인을 받았습니다. 예정일보다 3일이나 앞당겨진 승인이었죠. 이 약에는 대전의 바이오 기업 알테오젠이 개발한 'ALT-B4'라는 기술이 핵심 원료로 들어갑니다. 연 매출 40조 원에 달하는 세계 1위 항암제에 한국 기술이 적용된 첫 사례입니다.
승인 소식만으로도 시장은 들썩였습니다. 알테오젠 주가는 승인 발표 다음날 7.7% 급등했고, 증권사들은 일제히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했습니다. 신한투자증권은 "글로벌 로열티가 본격적으로 유입되면서 매출과 이익 성장 폭이 가장 큰 한국 바이오 기업"이라며 73만원 목표주가를 재확인했습니다. 하나증권은 "이제 추가 라이선스 계약 발표가 임박했다"고 전망했죠.
그런데 10월 14일, 더 흥미로운 데이터가 공개됩니다. 독일에서 열린 유럽종양학회(ESMO 2025)에서 머크가 발표한 키트루다 SC 임상결과였습니다.
환자 65%가 피하주사를 선택했다
흑색종, 신장암, 폐암 환자 147명을 대상으로 한 이번 임상연구(NCT06099782)에서 평가 가능한 118명 중 65%가 피하주사 제형을 선호한다고 밝혔습니다. 정맥주사(IV) 대비 선호도가 2배 높은 셈이죠.
6주간의 교차 투약 후 진행된 추가 투약 선택에서는 68%의 환자가 SC 제형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실제로 환자들에게 직접 선택권을 주었을 때 10명 중 7명이 피하주사를 선택한 것입니다.
📊 ESMO 2025 임상결과 하이라이트
연구 설계
- 대상: 흑색종, 신장암, 폐암 환자 147명
- 방법: SC 395mg 또는 IV 200mg을 3주마다 3회씩 투여 후 제형 교차하여 동일하게 3회 투여
- 평가: 환자가 직접 선호하는 제형 선택
주요 결과
- 평가 가능 환자 118명 중 65%가 SC 선호 (IV 대비 2배)
- 추가 투약 선택 시 68%가 SC 선택
- SC 선호 이유: ① 짧은 치료시간 ② 투약 시 편안함 ③ 투여 부위 통증 감소
환자들은 왜 피하주사를 선택했을까?
임상에 참여한 피험자들은 3주 간격으로 키트루다 SC 395mg 또는 키트루다 IV 200mg을 각각 3회씩 투여받은 뒤, 제형을 교차 변경해 동일한 방식으로 3회 투약했습니다. 즉, 두 가지 방식을 모두 경험한 환자들이 직접 비교해서 선택한 결과입니다.
피하주사 선호 이유로는 짧은 치료시간, 투약 시 편안함, 투약 부위의 통증 감소 등이 꼽혔습니다. 투약 시간이 30분에서 1-2분으로 단축되었기 때문입니다. 30분 동안 병원 의자에 앉아 정맥 주사를 맞는 대신, 배나 허벅지에 1-2분간 피하주사를 맞고 바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었죠. 암 환자에게 시간은 곧 삶의 질입니다.
더 중요한 건 안전성입니다. 이번 임상에서 SC 제형의 이상반응 발생률이 IV보다 낮게 나타났습니다. 특히 우려했던 항-히알루로니다제 항체 발생률은 단 1.5%에 불과했습니다. 이는 경쟁사 할로자임의 기술(5.4%)보다 훨씬 낮은 수치입니다.
💡 투약 시간 비교
- 키트루다 SC (알테오젠 기술): 1-2분
- 옵디보 SC (할로자임 기술): 3-5분
- 티센트릭 SC (할로자임 기술): 7분
- 키트루다 IV (기존): 30분
30분을 1분으로 만든 기술, ALT-B4
그렇다면 알테오젠의 ALT-B4는 정확히 무엇일까요?
우리 몸의 피부 아래(피하) 조직에는 히알루론산이라는 젤리 같은 물질이 빽빽하게 차 있습니다. 이 물질이 일종의 장벽 역할을 하기 때문에, 대용량 약물을 피하에 주사하면 흡수가 느리거나 통증이 생깁니다. 키트루다처럼 한 번에 수백mg을 투약해야 하는 항암제는 정맥주사가 필수였던 이유입니다.
ALT-B4는 히알루로니다제(hyaluronidase)라는 효소입니다. 이 효소는 히알루론산을 일시적으로 분해해 피하조직에 '통로'를 만들어줍니다. 마치 빽빽한 숲에 길을 내는 것과 같죠. 약물이 이 통로를 따라 빠르게 흡수됩니다. 그 결과 30분이 걸리던 정맥주사를 1-2분 피하주사로 대체할 수 있게 된 겁니다.
알테오젠의 기술이 특별한 이유는 항체 발생률이 낮다는 점입니다. 몸은 외부에서 들어온 효소를 이물질로 인식해 항체를 만들 수 있습니다. 항체가 많이 생기면 효소 효과가 떨어지고, 알레르기 반응이 생길 수 있죠. 알테오젠은 사람 유래 히알루로니다제(PH20)를 개량해 면역원성을 최소화했습니다. 경쟁사 할로자임의 항체 발생률이 5.4%인 데 비해 알테오젠은 1.5%에 불과합니다.

연 1조원 로열티, 어떻게 나올까?
그렇다면 투자자가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 알테오젠은 얼마나 벌 수 있을까요?
키트루다는 2024년 기준 연 매출 254억 달러(약 34조 원), 2025년에는 300억 달러(약 40조 원)를 넘어설 전망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단일 의약품입니다. 머크는 키트루다 IV 환자의 30-40%가 SC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보수적으로 30% 전환을 가정하면, 키트루다 SC의 연 매출은 약 12조 원입니다. 여기에 통상적인 로열티율 5-8%를 적용하면 알테오젠이 받을 금액은 연간 6,000억~9,600억 원입니다. 40% 전환에 로열티 8%를 적용하면 1조 2,800억 원까지 커집니다.
물론 이건 키트루다만의 이야기입니다. 알테오젠은 다이이찌산쿄의 엔허투 SC, 산도즈의 바이오시밀러 SC 등 추가 파트너십도 진행 중입니다. 여러 약물에서 로열티가 들어오면 연간 매출 1조 원은 충분히 현실적인 시나리오입니다.
💰 로열티 계산 예시 (키트루다 SC만)
보수적 시나리오
- 키트루다 연 매출: 40조 원
- SC 전환율: 30%
- SC 매출: 12조 원
- 로열티율: 5%
- 알테오젠 수령액: 6,000억 원/년
낙관적 시나리오
- SC 전환율: 40%
- SC 매출: 16조 원
- 로열티율: 8%
- 알테오젠 수령액: 1조 2,800억 원/년
할로자임과의 특허 전쟁
하지만 장애물도 있습니다. 바로 미국 바이오텍 기업 할로자임(Halozyme)과의 특허 분쟁입니다.
할로자임은 알테오젠보다 먼저 히알루로니다제 기술을 개발해 로슈, BMS, 얀센 등 여러 제약사와 파트너십을 맺었습니다. 할로자임은 자신들의 원천 특허를 머크와 알테오젠이 침해했다며 2024년 3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쟁점은 히알루로니다제 효소 사용 방법, 제형 기술 등입니다.
알테오젠 측은 "ALT-B4는 독자 개발한 기술이며 할로자임 특허와 무관하다"고 반박합니다. 실제로 알테오젠은 PH20 효소를 개량한 독자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2040년까지 유효한 특허도 확보했습니다. 할로자임 특허는 대부분 2029년에 만료됩니다.
업계에서는 소송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특허 분쟁은 보통 3-5년 이상 걸리고, 합의금을 주고받거나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으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알테오젠이 특허 침해로 판정받아 로열티 일부를 할로자임과 나눠야 하는 경우입니다. 하지만 알테오젠이 승소하거나 합의하면 특허 리스크는 해소됩니다.
다른 파이프라인: 엔허투 SC와 그 이후
알테오젠의 성장 동력은 키트루다만이 아닙니다.
엔허투 SC는 다음 주자입니다. 다이이찌산쿄의 ADC(항체약물접합체) 항암제 엔허투는 2024년 매출 37억 달러(약 5조 원)를 기록했고, 2030년에는 200억 달러(약 27조 원)까지 성장할 전망입니다. 알테오젠은 2024년 4월 엔허투 SC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했고, 2025년 임상 1상에 진입했습니다. 키트루다보다 작은 시장이지만 추가 로열티 수익원이 됩니다.
산도즈와는 바이오시밀러 SC 개발 계약을 맺었습니다. 휴미라, 레미케이드 같은 블록버스터 항체의약품의 복제약을 피하주사로 만드는 프로젝트입니다.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2030년 800억 달러(약 108조 원) 규모로 예상되며, 여기서도 SC 전환 수요가 있습니다.
그 외에도 RNA 치료제, 이중항체, ADC 등 차세대 바이오의약품에 ALT-B4를 적용하는 프로젝트가 진행 중입니다. 알테오젠은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만큼, 파트너십을 늘릴수록 수익원이 다각화됩니다.
알테오젠 공장 건설, 마침내 시작
알테오젠은 2025년 10월 대전 부지를 확정하고 본격적인 공장 건설에 착수했습니다. 약 2,500억 원을 투자해 2026년 1분기 착공, 2027년 말 완공, 2028년 GMP 생산 시작이 목표입니다.
지금까지 ALT-B4는 위탁생산(CMO)에 의존했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주요 파트너였죠. 그런데 키트루다 SC와 엔허투 SC 등으로 수요가 급증하면서 자체 생산 능력 확보가 필수가 되었습니다.
자체 공장이 가동되면 원가 절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현재는 CMO에 마진을 지불하고 있지만, 자체 생산하면 그 비용이 절감되어 영업이익률이 개선됩니다. 하나증권은 "공장 가동이 시작되면 라이선스 수익 성장이 둔화되더라도 재무구조를 안정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 알테오젠 공장 건설 일정
- 2025년 10월: 대전 부지 확정, 설계업체 선정
- 2026년 1분기: 착공
- 2027년 말: 준공
- 2028년: GMP 생산 시작
투자자 체크포인트: 시기별 주목할 일정과 지표
알테오젠 투자자라면 시간대별로 어떤 이벤트와 지표를 봐야 할까요? 단기, 중기, 장기로 나눠 핵심 체크포인트를 정리했습니다.
단기 (2025년 4분기 ~ 2026년 상반기)
주요 일정
- 2025년 4분기: 유럽 키트루다 SC 승인 예상
- 2025년 4분기 실적: 첫 매출 마일스톤 페이먼트 인식
- 2026년 1분기: 대전 공장 착공
- 2026년 상반기: 엔허투 SC 임상 1상 데이터 발표
체크할 지표
- 4분기 실적에서 마일스톤 규모 확인 (수백억 원대 예상)
- 유럽 승인 시점 (추가 시장 확대 신호)
- 추가 라이선스 계약 발표 여부 (산도즈, 기타 파트너)
단기적으로는 첫 매출 인식과 추가 파트너십이 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특히 4분기 실적에서 마일스톤 금액이 예상보다 크면 시장의 기대치가 상향 조정될 것입니다.
중기 (2026년 ~ 2027년)
주요 일정
- 2026년 내내: 키트루다 SC 처방 전환율 추이 관찰
- 2026-2027년: 엔허투 SC 임상 진행 상황
- 2027년 말: 공장 준공
- 진행 중: 할로자임 특허 분쟁 결과
체크할 지표
- 키트루다 SC 분기별 처방 전환율 (목표 30-40%)
- 엔허투 SC 임상 데이터의 안전성 및 유효성
- 공장 건설 진척도와 예산 집행률
- 할로자임 소송 진행 상황 (합의 또는 판결)
중기적으로는 키트루다 SC의 실제 시장 성과가 핵심입니다. 머크가 예상한 30-40% 전환이 실제로 일어나는지, 환자와 의사들의 반응이 긍정적인지를 분기별로 추적해야 합니다. 또한 할로자임과의 특허 분쟁이 어떻게 해결되느냐에 따라 추가 파트너십 속도가 달라집니다.
장기 (2028년 이후)
주요 일정
- 2028년: GMP 자체 생산 시작
- 2028년: 키트루다 IV 특허 만료, SC 독점 효과 가시화
- 2028-2030년: 코스피 이전 가능성
- 2030년대: 플랫폼 기술 확장 (RNA, 이중항체, ADC 등)
체크할 지표
- 자체 생산 개시 후 원가율 및 영업이익률 개선폭
- 키트루다 특허 만료 후 SC 제형의 독점 효과 (제네릭 등장 후에도 SC는 알테오젠 독점)
- 추가 파트너십으로 인한 로열티 수익 다각화
- 코스피 이전 시 외국인/기관 수급 변화
장기적으로는 플랫폼 기업으로서의 지속 가능성이 관건입니다. 키트루다 하나에 의존하지 않고, 엔허투, 산도즈 바이오시밀러, 그리고 차세대 바이오의약품까지 ALT-B4 적용을 확대할 수 있는지가 알테오젠의 진짜 가치를 결정합니다.
💡 투자 판단 시 핵심 질문 3가지
1. 현금흐름: 키트루다 SC 전환율이 목표치를 달성하고 있는가?
2. 리스크 관리: 할로자임 특허 분쟁이 해결되었는가?
3. 성장 동력: 키트루다 이후 추가 파트너십이 나오고 있는가?
이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이 모두 긍정적이라면, 알테오젠의 연 1조원 로열티 시나리오는 현실이 됩니다.
리스크 요인, 냉정하게 보기
물론 장밋빛 전망만 있는 건 아닙니다. 투자자라면 리스크도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1. 시장 전환율 불확실성
머크는 30-40% 전환을 예상하지만, 실제 시장 반응은 지켜봐야 합니다. 의사들의 처방 관행, 보험 급여 정책, 환자 접근성 등 변수가 많습니다.
2. 특허 분쟁
할로자임과의 소송 결과에 따라 추가 라이선스 계약 속도가 영향받을 수 있습니다. 최악의 경우 일부 특허가 인정되면 로열티 일부를 나눠야 할 수도 있습니다.
3. 재무 구조
2025년 상반기 기준 알테오젠은 아직 영업이익이 마이너스입니다. 로열티 수익이 본격화되는 2026년 이후까지는 적자 구간이 이어질 수 있습니다.
4. 밸류에이션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 6,400~7,800억 원은 아직 매출이 없는 상황에서 높은 편입니다. 주가는 이미 상당 부분 선반영되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5. 경쟁 심화
SC 제형 시장에 이미 BMS, 로슈, 할로자임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추가 파트너십을 따내기 위한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질 겁니다.
마치며: 기술이 만든 기회, 시간이 증명할 가치
2025년 9월 20일 FDA 승인은 시작일 뿐입니다. 앞으로 키트루다 SC가 실제 시장에서 어떤 성과를 내는지, 환자와 의사들이 얼마나 많이 선택하는지가 진짜 시험대입니다.
하지만 ESMO 임상결과는 강력한 신호를 보냈습니다. 환자 65%가 SC를 선택했다는 것은 단순한 숫자가 아닙니다. 30분짜리 정맥주사를 1-2분짜리 피하주사로 바꾼 혁신이 환자들의 삶을 실제로 개선한다는 증거입니다.
알테오젠은 17년 연구 끝에 이 기술을 완성했습니다. 이제 그 기술이 세계 1위 항암제에 탑재되어 글로벌 무대에서 검증받고 있습니다. 투자자의 몫은 이 기술이 만들어낼 현금흐름을 냉정하게 계산하고, 리스크를 균형있게 평가하며, 타이밍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국내 기업의 플랫폼 기술이 글로벌 블록버스터에 적용되어 연간 수천억 원대 로열티를 창출하는 사례가 생겨났습니다. 이것이 한국 바이오 산업에 어떤 의미를 갖게 될지, 그리고 알테오젠이 이후 얼마나 지속 가능한 성장을 보여줄지는 앞으로 시장이 평가할 것입니다.
'기업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글로벌 제약의 공장이 된 한국: 삼성바이오로직스로 이해하는 CDMO (0) | 2025.10.23 |
|---|---|
| 한미약품 신약 파이프라인 3가지 총 정리: 2025-2026 임상 일정과 증권사 전망 (0) | 2025.10.22 |
| 올릭스 OLX702A, 일라이릴리 9천억 계약의 비밀: 위고비 마운자로 요요 잡는 RNA 기술 (0) | 2025.10.20 |
| 삼성이 키운 7년, 글로벌이 인정한 기술: 에임드바이오의 ADC 플랫폼 (0) | 2025.10.18 |
| 하나의 플랫폼, 열 가지 가능성: 인벤티지랩의 파이프라인 확장 스토리 (0) | 2025.10.17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