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플랫폼, 열 가지 가능성: 인벤티지랩의 파이프라인 확장 스토리

2025. 10. 17. 20:20·기업이야기

 

하나의 플랫폼, 열 가지 가능성: 인벤티지랩의 파이프라인 확장 스토리

시장이 먼저 알아본 플랫폼의 힘

2025년 들어 인벤티지랩의 주가가 눈에 띄게 움직였습니다. 4월 1만 7천 원대였던 주가는 5월 초 4만 6천 원을 돌파하며 52주 최고가를 경신했고, 8월에는 4만 7천 원대까지 올랐습니다. 불과 몇 개월 사이 3배 가까운 상승입니다.

상승 배경은 명확합니다. 8월 베링거인겔하임과의 장기지속형 주사제 공동개발 계약이 체결됐고, 5월에는 경구용 비만치료제 기술까지 확보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여기에 1월에는 큐라티스를 인수하며 상업 생산 시설까지 확보했습니다. 연이은 호재가 터진 것이죠.

하지만 더 중요한 건 따로 있습니다. 인벤티지랩이 보유한 것은 단순히 "하나의 신약"이 아니라 "여러 신약을 만들 수 있는 플랫폼"이기 때문입니다. 탈모 치료제를 만들던 기술로 비만 치료제를 만들고, 같은 원리로 치매 치료제까지 개발합니다. 마치 하나의 주형으로 여러 제품을 찍어내듯이 말이죠.

플랫폼 기업이란? 하나의 핵심 기술로 여러 제품을 만드는 회사입니다. 스마트폰 OS처럼 하나의 시스템으로 다양한 앱을 구동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마이크로플루이딕: 물방울로 약을 만드는 기술

Microfluidics 기술

인벤티지랩의 핵심 기술은 IVL-DrugFluidic®입니다. 이름은 어렵지만 원리는 간단합니다. 약물을 아주 작은 고분자 입자(마이크로스피어) 안에 가두는 겁니다. 이 입자가 몸속에서 천천히 녹으면서 약물을 조금씩 방출하죠.

핵심은 마이크로플루이딕(Microfluidics) 기술입니다. 마이크로 단위의 미세한 채널에서 유체를 정밀하게 제어해 균일한 크기의 입자를 대량으로 만듭니다. 인벤티지랩은 3,000개의 채널을 동시에 작동시키는 프로세서를 개발했습니다. 경쟁사가 7개 채널을 쓸 때 인벤티지랩은 3,000개를 씁니다. 생산량이 이론적으로 하루 112kg까지 가능한 이유입니다.

왜 이게 중요할까요?

기존 방식은 입자 크기가 들쑥날쑥했습니다. 작은 입자는 빨리 녹아서 약물이 한꺼번에 방출되고(초기 과방출), 큰 입자는 늦게 녹아서 효과가 불규칙했습니다. 인벤티지랩의 기술은 입자를 균일하게 만들어 이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글로벌 제약사가 만든 전립선암 치료제와 인벤티지랩의 약물중독 치료제(IVL3004)를 비교한 전자현미경 사진을 보면 차이가 명확합니다. 경쟁사 제품은 입자가 울퉁불퉁하고 크기가 제각각이지만, 인벤티지랩 제품은 마치 공장에서 찍어낸 것처럼 균일합니다. 이 차이가 부작용을 줄이고 약효를 안정화시킵니다.

 

하나의 기술, 열 가지 약: 플랫폼의 경제성

인벤티지랩의 가장 큰 강점은 한 번 개발한 플랫폼을 여러 약물에 재사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마이크로스피어 안에 들어가는 약물(API)만 바꾸면 되니까요. 탈모 치료제를 개발하며 쌓은 노하우가 비만 치료제로, 다시 치매 치료제로 이어집니다.

현재 인벤티지랩의 파이프라인을 보면 이 전략이 명확합니다.

1. 탈모 치료제 (IVL3001/3002)

기존 경구 탈모약(프로페시아)은 매일 먹어야 합니다. 인벤티지랩은 한 달에 한 번 주사로 같은 효과를 냅니다. 임상 데이터를 보면 용량에 비례해 혈중 농도가 선형적으로 증가하고, DHT 호르몬(탈모를 일으키는 호르몬)을 경구제보다 효과적으로 억제했습니다. 무엇보다 초기 과방출이 없어 부작용 위험이 낮습니다.

병원 입장에서도 매력적입니다. 경구제는 환자가 집에서 먹지만, 주사제는 병원에서 맞습니다. 원내 시술로 수익이 생기는 거죠. 환자는 복약 순응도가 높아지고, 병원은 수익이 늘어나는 윈윈 구조입니다.

2. 치매 치료제 (IVL3003)

도네페질이라는 기존 약물을 장기지속형으로 만들었습니다. 치매는 약을 꾸준히 먹어야 효과가 있는데, 환자가 약 먹는 걸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 달에 한 번 주사라면 보호자가 병원 방문만 챙기면 됩니다.

3. 전립선비대증 치료제 (IVL3013)

3개월에 한 번 맞는 주사입니다. 기존 약은 매일 먹어야 하는데, 장기지속형이면 분기당 한 번만 병원에 가면 됩니다.

4. 비만 치료제 (IVL3021/3024)

가장 뜨거운 시장입니다. 현재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는 주 1회 주사인데, 인벤티지랩은 월 1회 제형을 개발 중입니다. 더 나아가 경구용 제형까지 확보했습니다. 5월에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기존 경구제 대비 생체이용률이 73배 향상된 24.3%를 기록했고, 약효가 일주일간 지속됐습니다.

비만 시장은 2030년 200조 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입니다. 주 1회에서 월 1회로 편의성이 개선되면 시장 점유율 싸움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습니다.

5. 약물중독 치료제 (IVL3004)

알커메스사의 비비트롤을 벤치마킹했습니다. 비비트롤은 2023년 4억 달러 매출을 기록한 제품인데, 인벤티지랩 버전은 초기 과방출을 제거해 부작용을 줄였습니다. 약물중독은 재발률이 높은 질환이라 복약 순응도가 중요한데, 장기지속형이 특히 효과적입니다.

IVL-3004 PK Profile, 초기 과방출이 적다. (IR 자료 제공)
 

베링거인겔하임이 선택한 이유

2024년 8월, 인벤티지랩은 글로벌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과 장기지속형 주사제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베링거인겔하임이 보유한 펩타이드 신약 후보 물질을 인벤티지랩 플랫폼으로 장기지속형으로 만드는 프로젝트입니다.

계약 구조는 이렇습니다. 베링거인겔하임이 신약 후보 물질을 제공하면, 인벤티지랩이 후보 제형을 개발하고 비임상 시험용 시료를 공급합니다. 제형 개발이 완료되면 기술이전 계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인벤티지랩은 "경쟁사 대비 빠른 기간 안에 초장기 제형을 개발 중"이라며 "내년 중 검증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글로벌 제약사가 한국 중소 바이오텍을 선택한 건 기술력을 인정받았다는 증거입니다.

 

큐라티스 인수와 상업화 준비

2025년 1월, 인벤티지랩은 250억 원을 들여 바이오 CDMO 기업 큐라티스를 인수했습니다. 큐라티스는 오송에 GMP 시설을 보유한 회사로, 임상 시료 생산부터 상업 생산까지 가능한 인프라를 갖췄습니다.

이 인수로 인벤티지랩은 세 가지를 얻었습니다. 첫째, 임상 시료를 직접 생산할 수 있게 됐습니다. 외주에 의존하지 않으니 개발 속도가 빨라집니다. 둘째, 상업 생산 능력을 확보했습니다. 임상에 성공하면 바로 판매용 제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셋째, CMO(위탁생산) 사업을 할 수 있습니다. 다른 회사의 장기지속형 주사제를 대신 만들어주고 수익을 올릴 수 있죠.

큐라티스 오송 공장 내 장기지속형 주사제 GMP 시설은 2025년 내 구축 완료 예정입니다. 이게 완료되면 임상 시료 생산 속도가 빨라지고, 상업화 준비도 앞당겨집니다.

 

향후 일정: 2026년이 분수령

인벤티지랩의 2026년은 매우 중요한 해입니다. 탈모 치료제 임상 3상이 진행되고, 베링거인겔하임과의 공동개발도 2026년 중 검증이 완료됩니다. 여기서 좋은 결과가 나오면 기술이전 계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플랫폼의 검증입니다. 파이프라인 중 하나라도 임상에서 성공하면, 같은 플랫폼으로 만든 다른 약물들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집니다. 첫 번째 제품이 시장에 나오는 순간, 나머지 파이프라인의 가치도 함께 올라가는 구조입니다.

 

리스크: 경쟁 기술의 존재

인벤티지랩이 장기지속형 주사제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있는 것은 아닙니다. 국내외에서 여러 기업들이 유사한 마이크로스피어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일부는 이미 상업화에 성공했습니다. 각 기술의 장단점을 비교하면 인벤티지랩의 경쟁력을 더 명확히 평가할 수 있습니다.

장기지속형 주사제 시장은 '플랫폼 경쟁'입니다. 기술 하나만 좋아서는 이길 수 없고, 생산성, 비용, 안전성, 적용 범위를 모두 갖춰야 합니다.

국내외 장기지속형 주사제 기술 비교

회사명 플랫폼 기술 핵심 강점 약점/한계 상업화 현황
인벤티지랩
(한국)
IVL-DrugFluidic®
(마이크로플루이딕)
• 초기 과방출 제로
• 3000개 채널 동시 작동
• 비정제 샘플 사용 가능
• 생산량 최대 112kg/일
• 경구제 전환 기술 확보
• 상업화 제품 없음
• FDA 승인 이력 없음
• 임상 데이터 제한적
• 베링거인겔하임과 공동개발
• 대웅제약과 탈모약 임상 3상 준비
• 큐라티스 인수로 GMP 시설 확보
펩트론
(한국)
스마트데포
(SmartDepot)
• FDA 승인 제품 상업화 경험
• 비독성 용매(빙초산) 사용
• 27~30G 주사침 사용 가능
• 높은 봉입률
• 재현성 우수
• 초음파 분무건조 방식의 생산성 한계
• 적용 범위가 펩타이드 중심
• 마이크로플루이딕 대비 채널 수 적음
• 루피어데포 (2023년 325억 원 생산)
• 일라이릴리와 기술평가 진행 중
• 루프원 국내 품목허가 대기
지투지바이오
(한국)
이노램프
(INNO.LAMP)
• 초고함량 약물 탑재
• 고생체이용률
• 대량생산 강점
• 펩타이드/소분자/중분자 모두 적용
• 상업화 제품 없음
• 펩트론과 특허 분쟁 중
• 임상 단계 초기
• 2025년 8월 코스닥 상장 예정
• 기술성 평가 A·A 등급
• 치매약 임상 준비
알커메스
(미국)
PLGA 마이크로스피어
(전통 방식)
• 글로벌 상업화 경험 풍부
• FDA 승인 다수
• 시장 검증 완료
• 초기 과방출 문제
• 약물 봉입률 낮음
• 입자 크기 불균일
• 비비트롤 (2023년 4억 달러 매출)
• 약물중독 치료제 시장 선도
다케다
(일본)
PLGA 마이크로스피어
(1세대)
• 최초 개발자 (기술 원조)
• 특허 포트폴리오 방대
• 글로벌 파트너십 강점
• 약물 봉입률 10%에 불과
• 전립선암에 최적화 (비만약 부적합)
• 구식 기술
• 전립선암 치료제 상업화
• 최근 비만약 시장에서는 후퇴
카무루스
(스웨덴)
플루이드 크리스탈
(Fluid Crystal)
• 일라이릴리와 1.2조 원 계약
• 마이크로스피어와 다른 방식
• GIP·GLP-1 이중작용제 적용
• 마이크로스피어 대비 적용 범위 좁음
• 비용 구조 불명확
• 생산성 데이터 부족
• 일라이릴리 독점 계약
• 비만약 전용 플랫폼화

인벤티지랩의 경쟁 우위와 리스크

인벤티지랩의 가장 큰 강점은 기술적 완성도입니다. 3000개 채널 동시 작동, 초기 과방출 제로, 균일한 입자 크기는 경쟁사 대비 명확한 차별점입니다. 특히 펩트론이나 알커메스가 해결하지 못한 '초기 과방출' 문제를 완전히 제거한 것은 안전성 측면에서 큰 장점입니다.

하지만 상업화 경험 부족은 명백한 약점입니다. 펩트론은 이미 루피어데포로 연간 325억 원 매출을 올리고 있고, 알커메스는 비비트롤로 4억 달러를 벌고 있습니다. 반면 인벤티지랩은 아직 시장에 제품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실제 환자에게 쓰여본 적이 없다면 제약사는 신뢰하기 어렵습니다.

두 번째 리스크는 특허 분쟁 가능성입니다. 펩트론과 지투지바이오가 이미 미립구 관련 특허로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습니다. 인벤티지랩도 마이크로플루이딕 기술에 82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지만, 상업화 단계에서 경쟁사와 충돌할 여지는 있습니다.

세 번째는 글로벌 빅파마의 선택입니다. 일라이릴리는 펩트론과 기술평가를 하면서도 카무루스와 1.2조 원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비독점 계약이라 여러 기술을 동시에 검토할 수 있지만, 결국 최종 선택은 하나입니다. 인벤티지랩이 베링거인겔하임과의 협력에서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하면 다음 기회는 오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인벤티지랩의 진짜 경쟁은 펩트론이나 지투지바이오가 아닙니다. 진짜 경쟁자는 "시간"입니다. 임상이 늦어지면 경쟁사가 먼저 시장을 선점합니다.

하지만 시장은 충분히 큽니다. 비만 치료제 시장만 2030년 200조 원입니다. 탈모, 치매, 전립선비대증까지 합치면 수백조 원 규모입니다. 여러 플랫폼이 공존할 수 있는 시장이고, 인벤티지랩의 기술 우위가 입증되면 충분히 기회가 있습니다. 2026년이 분수령입니다.

 

결론: 시간이 증명할 플랫폼의 가치

인벤티지랩의 이야기는 "하나의 기술로 여러 시장을 공략한다"는 플랫폼 전략의 교과서적 사례입니다. 마이크로플루이딕이라는 핵심 기술 하나로 탈모, 치매, 비만, 전립선비대증, 약물중독 치료제를 만듭니다. 한 번 개발한 플랫폼을 재사용하니 개발 비용이 절감되고, 여러 적응증으로 확장할수록 전체 가치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집니다.

현재 주가는 이런 미래 가능성을 선반영한 결과입니다. 하지만 진짜 가치는 임상 결과가 나올 때 드러납니다. 2026년, 인벤티지랩의 파이프라인 중 어떤 제품이 첫 번째로 시장에 도달할지 지켜보는 게 투자자의 숙제입니다.

베링거인겔하임, 대웅제약과의 협력이 결실을 맺는다면, 인벤티지랩은 단순한 '바이오테크'가 아니라 글로벌 제약사들이 의존하는 '플랫폼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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