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키운 7년, 글로벌이 인정한 기술: 에임드바이오의 ADC 플랫폼

2025. 10. 18. 07:00·기업이야기

 

삼성이 키운 7년, 글로벌이 인정한 기술: 에임드바이오의 ADC 플랫폼

2025년 10월 15일, 연내 코스닥 상장을 앞둔 에임드바이오가 폭탄선언을 했습니다. 글로벌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과 최대 1조 4천억 원 규모의 ADC 기술수출 계약 체결. 선급금부터 개발·허가·상업화 단계별 마일스톤, 그리고 별도 로열티까지 포함된 이 계약은 상장 직전 터진 잭팟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성공은 우연이 아닙니다. 2018년 삼성서울병원에서 분사한 이후 7년간, 삼성이 심은 씨앗이 글로벌 빅파마가 인정하는 기술로 자랐습니다. 30년 이상 뇌종양을 연구한 남도현 교수가 병원 밖으로 나온 이유, 그리고 삼성그룹이 400억 원을 투자한 이유를 지금부터 풀어보겠습니다.

 

1. 병원에서 시작된 기술

2018년 8월, 남도현 교수의 선택

삼성서울병원 신경외과 의사였던 남도현 교수는 30여 년간 뇌종양 환자를 치료하며 한 가지 확신을 얻었습니다. "환자에게서 답을 찾아야 한다." 기존 신약개발은 실험실에서 만든 약을 환자에게 적용했지만, 그는 반대로 환자 세포에서 출발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환자유래세포(PDC)란? 실제 암 환자의 종양 조직에서 직접 채취한 세포입니다. 실험실 세포주와 달리 환자의 유전적·생물학적 특성을 그대로 반영하기 때문에, 임상 성공률을 높일 수 있습니다.

에임드바이오의 플랫폼은 세 가지 핵심으로 구성됩니다. 첫째, 빅데이터 플랫폼으로 환자 임상 데이터와 공공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해 가장 효과적인 치료 표적 유전자를 선별합니다. 둘째, PDC 기반 항체 선별로 표적에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항체를 스크리닝합니다. 셋째, 환자유래모델(PDC/PDX)을 활용해 임상 실패율을 줄이고 약물의 효능을 신뢰성 있게 예측합니다.

이것이 에임드바이오가 삼성서울병원에서 분사한 이유입니다. 병원은 환자 데이터의 보고이고, 이를 신약개발과 연결할 수 있는 최적의 출발점이었습니다.

 

2. 삼성이 꺼낸 1,100억 원

2023년, 삼성라이프사이언스펀드의 첫 투자

2023년, 삼성물산·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에피스가 공동으로 조성한 1,700억 원 규모의 삼성라이프사이언스펀드가 에임드바이오를 선택했습니다. 국내 바이오텍 최초로 이 펀드의 투자를 받은 회사입니다. 400억 원이 투입됐고, 이후 추가 투자까지 합쳐 누적 투자액은 1,100억 원을 넘어섰습니다.

삼성이 에임드바이오를 선택한 이유는 명확합니다. ADC 시장은 2028년 36조 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ADC 위탁생산(CDMO) 역량을 갖추려 했습니다. 생산 인프라를 갖추는 동시에, 우수한 ADC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바이오텍에 지분 투자로 신약까지 확보하는 전략이었습니다.

유한양행도 2021년부터 에임드바이오에 투자해왔고, DS자산운용, 인터베스트 등 주요 투자자들이 2025년 6월 511억 원 규모의 pre-IPO에 참여했습니다. 기존 투자자들의 재투자, 그리고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의 신규 참여는 시장의 기대를 보여줍니다.

 

3. ADC란 무엇인가: 스마트 미사일 항암제

암세포만 정확히 타격하는 기술

ADC(Antibody-Drug Conjugate, 항체-약물접합체)는 '유도탄 항암제'로 불립니다. 암세포 표면의 특정 항원에 결합하는 항체에 강력한 화학항암제(페이로드)를 링커로 연결한 구조입니다.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공격하고 정상 세포는 보호하기 때문에, 치료 효과는 높이고 부작용은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ADC는 신약개발의 최신 트렌드로 스마트 미사일처럼 표적만 정확하게 타격하는 항암제

ADC는 세 가지 요소가 완벽하게 조합돼야 합니다:

  • 항체: 암세포 표면의 특정 표적을 찾아가는 유도 시스템
  • 링커: 항체와 약물을 연결하며, 암세포 내부에서만 끊어져야 함
  • 페이로드: 암세포를 죽이는 강력한 독성 약물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 중입니다. 2015년 10억 달러였던 ADC 시장은 2023년 100억 달러로 10배 성장했고, 2028년에는 280억 달러(약 36조 원)까지 확대될 전망입니다. 현재 FDA 승인을 받은 ADC는 13개이며, 임상 단계 프로그램만 150개가 넘습니다.

 

4. 에임드바이오의 기술적 해자

환자세포에서 출발하는 정밀 타격

에임드바이오의 강점은 단순히 "ADC를 만든다"가 아니라 "환자에게서 직접 가져온 세포로 ADC를 설계한다"는 점입니다. 이게 왜 중요할까요?

기존 방식은 세포주(cell line)를 사용합니다. 실험실에서 수십 년간 배양된 암세포입니다. 문제는 이 세포가 실제 환자의 암과 많이 달라졌다는 겁니다. 실험실에서는 약이 잘 듣는데 환자에게 투여하면 안 듣는 경우가 많은 이유입니다.

에임드바이오는 환자유래세포(PDC)와 환자유래이종이식(PDX) 모델을 사용합니다. 실제 환자의 종양을 그대로 반영하니 임상 예측 정확도가 높아집니다. 이 방법으로 FGFR3, MET, EGFR, Trop-2 같은 표적에 대한 ADC 파이프라인을 구축했습니다.

검증된 성과

에임드바이오의 기술은 이미 여러 차례 검증됐습니다:

  • FGFR3 타깃 ADC: 방광암과 담관암에서 기존 치료제 대비 우수한 효능 입증
  • MET 타깃 ADC: 위암, 폐암 등에서 종양 성장 억제 효과 확인
  • Trop-2 타깃 ADC: 다양한 고형암에 적용 가능한 범용성

특히 리드 프로그램인 AMB302(FGFR3 타깃)는 2024년 FDA 임상 1상 승인을 받았고, 2026년 1분기 환자 투약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차별화 전략: 약물중독자 치료

에임드바이오는 "약물중독자"(Drug-Addicted Tumor)라는 독특한 개념을 제시합니다. 암세포가 특정 성장 신호에 중독돼 있다면, 그 신호를 차단하는 ADC가 효과적이라는 논리입니다. 이 접근법으로 기존 치료제에 내성이 생긴 환자들에게도 효과를 낼 수 있는 ADC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5. 타임라인: 7년의 여정과 앞으로의 길

에임드바이오의 성장 과정을 한눈에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시점 이벤트 내용 의미
2018.08 설립 삼성서울병원에서 분사
남도현 교수 창업
환자유래세포 기술 시작
2021 유한양행 투자 초기 투자 유치 국내 제약사의 기술 검증
2023 삼성 투자 삼성라이프사이언스펀드 400억 원
(국내 바이오텍 최초)
삼성그룹의 전략적 투자
2024 FDA 승인 AMB302 임상 1상 IND 승인 글로벌 임상 진입
2025.01 바이오헤이븐 L/O AMB302(BHV-1530) 기술이전
FGFR3 타깃 ADC
미국 시장 진출
2025.06 Pre-IPO 511억 원 유치
(인터베스트, DS자산운용, 삼성생명공익재단 등)
상장 준비 완료
2025.09.29 상장 신청 증권신고서 제출
공모가 희망범위 9,000~11,000원
공모금액 579~707억
2025.10.15 베링거 L/O 💥 KRAS 변이 타깃 차세대 ADC
선급금+개발·허가·상업화 마일스톤+로열티
최대 1조4천억 원
2025.12 예정 코스닥 상장 연내 상장 목표 예상 시총 6,400~7,800억
2026.Q1 예정 임상 개시 AMB302 환자 투약 시작
(바이오헤이븐 주관)
임상 데이터 확보
2026 예정 임상 진입 베링거 계약 물질 임상1상 목표 추가 마일스톤 기대
누적 투자 유치 1,100억 원 + 기술이전 계약 1.4조 원. 7년 만에 삼성병원 분사 기업이 글로벌 빅파마의 파트너가 됐습니다.

바이오헤이븐 → SK플라즈마 → 베링거인겔하임

에임드바이오의 기술력은 연속된 글로벌 계약으로 증명됐습니다.

바이오헤이븐 계약 (2025년 1월)
리드 프로그램인 FGFR3 타깃 ADC 'AMB302(BHV-1530)'를 미국 바이오헤이븐에 라이선스아웃했습니다. 이 물질은 2024년 FDA로부터 임상 1상 승인을 받았고, 2026년 1분기 환자 투약을 시작할 계획입니다.

SK플라즈마 협력
글로벌 혈장 기반 치료제 기업과도 협력을 진행 중입니다(비공개).

베링거인겔하임 계약 (2025년 10월)
KRAS 변이 등 다양한 고형암에서 선택적으로 발현되는 신규 종양 표적 기반 ADC에 대해 최대 1조 4천억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비소세포폐암(NSCLC), 췌장암, 대장암 등에서 흔히 발견되는 KRAS 변이를 추적하도록 설계됐으며, Topo1 저해제 페이로드를 적용해 강력한 항암 효능과 높은 종양 선택성을 갖췄습니다. 내년 임상 1상 진입이 목표입니다.

베링거인겔하임은 1885년 설립된 독일의 글로벌 제약사로, 세계 20대 제약사 중 하나입니다. 의료용 의약품, 동물약품, 바이오의약품 사업을 진행하며 전 세계 145개 지사에 51,000명 이상이 근무합니다.
 

6. 파이프라인: 한 가지 기술, 여러 적응증

에임드바이오의 진짜 가치는 단일 신약이 아니라 플랫폼에 있습니다. 환자유래세포 기반 ADC 기술을 여러 암종에 적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파이프라인 표적 적응증 개발 단계 파트너
AMB302
(BHV-1530)
FGFR3 방광암, 담관암 임상 1상 준비
(2026.Q1 개시)
바이오헤이븐
AMB303 MET 위암, 폐암 전임상 -
AMB304 EGFR 폐암, 대장암 전임상 -
차세대 ADC KRAS 관련 신규 표적 NSCLC, 췌장암, 대장암 후보물질 검증
(2026 임상 목표)
베링거인겔하임
Trop-2 ADC Trop-2 다양한 고형암 전임상 -

이 중 AMB302와 베링거 계약 물질이 가장 주목받고 있습니다. AMB302는 이미 FDA 승인을 받아 임상 진입이 확정됐고, 베링거 물질은 최대 1.4조 원이라는 거액 계약으로 시장의 기대를 받고 있습니다.

 

7. 투자 포인트와 리스크

투자자가 주목해야 할 3가지

첫째, 플랫폼의 확장성

에임드바이오는 단일 신약 기업이 아닙니다. 환자유래세포 기반 ADC 플랫폼을 보유한 기술 기업입니다. 하나의 플랫폼으로 여러 적응증에 적용할 수 있어, 성공 확률이 높아지고 개발 비용은 절감됩니다.

둘째, 연속된 글로벌 검증

바이오헤이븐, SK플라즈마, 베링거인겔하임. 세 번의 글로벌 계약은 우연이 아닙니다. 기술이 검증됐다는 증거이며, 앞으로도 추가 계약 가능성이 있습니다.

셋째, 삼성 생태계

삼성서울병원에서 분사했고, 삼성그룹이 1,100억 원을 투자했으며, 삼성바이오로직스가 ADC CDMO 역량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생산부터 개발까지 삼성 생태계 안에서 협력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리스크: 임상은 언제나 불확실하다

물론 리스크도 있습니다.

임상 실패 가능성
AMB302가 2026년 임상에 들어가지만, 임상 1상은 안전성 확인 단계입니다. 2상, 3상을 거쳐 최종 승인까지는 수년이 걸리고, 중간에 실패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경쟁 심화
ADC 시장에는 이미 강력한 플레이어들이 있습니다. 다이이찌산쿄의 엔허투, 길리어드의 트로델비, 애브비의 엘레헤르 등이 시장을 선점했고, 국내에서도 레고켐, 앱클론, 와이바이오로직스 등이 경쟁하고 있습니다.

재무 구조
2025년 상반기 기준 에임드바이오는 아직 매출이 없습니다. 기술이전 계약으로 선급금과 마일스톤 페이먼트를 받을 수 있지만, 본격적인 수익은 신약이 시장에 나와야 발생합니다. 그 전까지는 연구개발비로 적자가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밸류에이션
공모가 희망범위 9,000~11,000원 기준 시가총액은 6,400~7,800억 원입니다. 아직 매출이 없는 상황에서 이 밸류에이션이 적정한지는 투자자 판단입니다. 베링거 계약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의견이 갈릴 수 있습니다.

 

8. 결론: 삼성이 심은 씨앗, 글로벌이 인정한 결실

"환자에게서 답을 찾는다." 환자유래세포로 신약을 개발하고, 그 기술을 글로벌 빅파마가 인정했습니다. 바이오헤이븐, SK플라즈마, 그리고 베링거인겔하임. 연속된 계약은 우연이 아닙니다.

삼성이 1,100억 원을 투자한 이유, 유한양행이 재투자한 이유, 그리고 베링거인겔하임이 1조 4천억 원을 내건 이유를 이제 알 수 있습니다. 에임드바이오는 단순히 하나의 신약을 개발하는 회사가 아니라, ADC 플랫폼으로 여러 적응증에 확장할 수 있는 기술 기업입니다.

2025년 연내 코스닥 상장 이후, 에임드바이오의 진짜 시험대는 임상입니다. AMB302의 환자 투약 시작(2026년 1분기), 베링거 계약 물질의 임상 1상 진입(2026년), 그리고 후속 파이프라인 AMB303, AMB304의 전임상 결과. 이 모든 마일스톤이 차례로 다가옵니다.

삼성이 심은 씨앗이 글로벌 무대에서 꽃피우는 순간, 그것이 바로 2026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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