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브스병 치료제 80년 공백, 한올바이오 바토클리맙이 채울까?

2025. 10. 25. 23:54·기업이야기
그레이브스병 치료제 80년 공백, 한올바이오 바토클리맙이 채울까?

그레이브스병 치료제 80년 공백, 한올바이오 바토클리맙이 채울까?

2025년 9월, 미국갑상선학회에서 발표된 한 연구 결과가 의료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한올바이오파마의 파트너사 이뮤노반트가 개발 중인 바토클리맙이 그레이브스병 환자들에게 놀라운 효과를 보였기 때문입니다. 치료 2주 만에 60%의 환자가 정상 갑상선 호르몬 수치를 회복했고, 치료를 중단한 후에도 6개월간 약 80%의 환자가 효과를 유지했습니다.

이 결과가 특히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레이브스병은 1835년 처음 보고된 이후 약 190년이 지났지만, 병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는 치료제가 단 한 번도 나온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모든 치료법은 증상만 억제할 뿐, 재발률은 40~50%에 달했습니다. 바토클리맙은 이런 상황을 바꿀 첫 번째 약물이 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레이브스병, 갑상선을 공격하는 면역계의 착각

그레이브스병은 자가면역질환입니다. 우리 몸의 면역계가 실수로 갑상선을 적으로 오인해 공격하는 것이죠. 구체적으로는 갑상선자극호르몬 수용체(TSH-R)에 결합하는 자가항체(TRAb)가 만들어져 갑상선을 계속 자극합니다. 그 결과 갑상선 호르몬이 과도하게 분비되면서 다양한 증상이 나타납니다.

💡 주요 증상
체중 감소, 빠른 심장 박동, 손 떨림, 더위를 못 참음, 불안감, 불면증, 설사 등이 나타납니다. 환자의 약 30%는 안구 돌출(갑상선안병증)을 겪기도 합니다. 치료하지 않으면 심부전, 부정맥, 골다공증 같은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레이브스병은 갑상선 기능 항진증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우리나라 갑상선 기능 항진증 환자의 거의 99%가 그레이브스병입니다. 여성이 남성보다 4~8배 많이 걸리며, 주로 20~60세 사이에 발병합니다. 미국의 경우 전체 인구의 약 0.5~3%가 평생 동안 이 질환을 겪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190년 동안 근본 치료제가 없었던 이유

그레이브스병이 1835년 처음 보고된 이후 지금까지 사용되는 치료법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하지만 모두 한계가 명확합니다.

1. 항갑상선제 (약물치료)

갑상선 호르몬의 생성을 억제하는 약물을 복용합니다. 가장 널리 사용되는 방법이지만, 보통 12~24개월 동안 꾸준히 복용해야 하고, 치료를 중단하면 40~50%가 재발합니다. 장기 복용 시 간 손상이나 무과립구증(백혈구 감소) 같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이 약이 병의 원인인 자가항체를 제거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단지 갑상선 호르몬 생성만 막을 뿐, 면역계는 여전히 갑상선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2. 방사성요오드 치료

방사성 요오드를 복용해 갑상선 조직을 파괴합니다. 미국에서는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치료 후 최대 80%의 환자가 갑상선 기능 저하증에 걸려 평생 갑상선 호르몬제를 복용해야 합니다. 갑상선을 파괴해버리기 때문에 다시 되돌릴 수 없습니다.

3. 갑상선 절제술 (수술)

갑상선을 외과적으로 제거하는 방법입니다. 약물치료가 듣지 않거나 재발이 반복될 때, 또는 갑상선이 매우 커진 경우에 고려합니다. 수술 후 20~30%에서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 발생하며, 역시 평생 호르몬제를 복용해야 합니다.

⚠️ 기존 치료법의 공통점
세 가지 치료법 모두 병의 원인인 자가항체를 제거하지 못합니다. 약물치료는 호르몬 생성만 억제하고, 방사성요오드와 수술은 아예 갑상선을 파괴합니다.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못하니 재발하거나 평생 약을 먹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이죠.

바토클리맙, 근본 원인을 겨냥하다

바토클리맙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그레이브스병에 접근합니다. 갑상선 호르몬이나 갑상선 자체가 아닌, 병의 원인인 자가항체(TRAb)를 직접 제거합니다.

FcRn 억제제라는 새로운 기전

우리 몸에는 FcRn(신생아 Fc 수용체)이라는 단백질이 있습니다. 이 수용체의 원래 역할은 항체(IgG)를 재활용하는 것입니다. 항체가 분해되려고 할 때 FcRn이 붙잡아서 다시 혈액으로 돌려보내죠. 덕분에 항체는 오랫동안 체내에 머물며 면역 기능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 시스템이 나쁜 항체도 보호한다는 것입니다. 그레이브스병을 일으키는 자가항체(TRAb) 역시 IgG 항체의 일종이라 FcRn에 의해 재활용됩니다. 바토클리맙은 FcRn을 차단해 자가항체가 재활용되지 못하게 만듭니다. 재활용되지 못한 항체는 리소좀으로 보내져 분해됩니다.

💊 바토클리맙의 작용 원리
① FcRn 수용체를 차단
② 자가항체(TRAb)가 재활용되지 못하고 분해됨
③ 혈액 내 자가항체 농도 감소
④ 갑상선에 대한 비정상적 자극이 줄어듦
⑤ 갑상선 호르몬 수치 정상화

임상 결과: 빠르고 지속적인 효과

2025년 9월 미국갑상선학회에서 발표된 임상 2상 결과는 매우 고무적이었습니다.

빠른 효과 발현

  • 2주 차: 15명(60%)이 정상 갑상선 호르몬 수치 달성
  • 12주 차: 19명(76%)이 정상 호르몬 수치 달성, 이 중 14명(56%)은 항갑상선제를 완전히 중단
  • 자가항체 감소: TRAb가 평균 74% 감소
  • 치료 중단 후: 6개월 추적 관찰 결과, 약 80%(17/21명)가 여전히 정상 호르몬 수치 유지
항목 결과
2주 차 정상화율 60% (15/25명)
12주 차 정상화율 76% (19/25명)
항갑상선제 완전 중단 56% (14/25명)
TRAb 감소율 74%
치료 후 6개월 효과 유지 80% (17/21명)

기존 치료와의 비교

기존 항갑상선제는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6개월~2년이 걸리고, 치료 중단 시 재발률이 40~50%입니다. 반면 바토클리맙은 2주 만에 효과가 나타났고, 치료 중단 후에도 80%가 6개월간 정상 상태를 유지했습니다. 이는 병의 근본 원인인 자가항체를 제거했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입니다.

🔬 왜 효과가 지속될까?
항갑상선제는 증상만 억제하기 때문에 약을 끊으면 다시 악화됩니다. 하지만 바토클리맙은 자가항체 자체를 제거합니다. 자가항체가 줄어들면 면역계의 공격이 약해지고, 갑상선이 회복할 시간을 얻습니다. 일부 환자들은 면역계가 정상화되어 자가항체 생성이 멈추기도 합니다.

투자자가 주목해야 할 포인트

1. 명확한 미충족 의료 수요

그레이브스병 환자는 전 세계적으로 수백만 명에 달하지만, 근본 치료제는 없었습니다. 특히 기존 치료에 반응하지 않거나 재발을 반복하는 환자들은 방사성요오드나 수술밖에 선택지가 없었습니다. 바토클리맙은 이런 환자들에게 새로운 옵션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2. 한올바이오파마의 기술이전 전략

바토클리맙(HL161)은 원래 한올바이오파마가 개발한 물질입니다. 2017년 미국 바이오텍 이뮤노반트에 글로벌 권리를 기술이전했고, 이뮤노반트는 2018년 로이반트그룹의 자회사로 출범했습니다. 현재 이뮤노반트가 임상을 주도하고 있으며, 한올바이오파마는 기술료와 마일스톤 수익을 받습니다.

한올바이오파마는 바토클리맙의 차세대 버전인 IMVT-1402(아이메로프루바트)도 개발 중입니다. 이 약물은 더 적은 투여 횟수로 더 강력한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되며, 2025년 말까지 그레이브스병 적응증으로 글로벌 임상 시작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3. 2025년 12월 갑상선안병증 임상 3상 결과

바토클리맙의 또 다른 적응증인 갑상선안병증(TED) 임상 3상 결과가 2025년 12월에 발표될 예정입니다. TED는 그레이브스병 환자의 약 30%에서 나타나는 안구 질환으로, 심한 경우 실명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현재 FDA 승인 치료제는 테프로투무맙(Tepezza) 하나뿐인데, 연간 치료비가 4억 원을 넘습니다. 바토클리맙이 효과를 입증하면 큰 시장 기회가 열립니다.

4. 경쟁 환경

FcRn 억제제 분야에는 여러 경쟁자가 있습니다. 얀센의 니파르타맙, 아르젠엑스의 에프가르티기모드, UCB의 로자놀리맙 등이 개발 중입니다. 하지만 그레이브스병 적응증에서 임상 데이터를 공개한 것은 바토클리맙이 최초입니다. 선발 주자로서의 이점을 살릴 수 있을지가 관건입니다.

5. 주가 변동 요인

한올바이오파마 주가는 바토클리맙의 임상 결과에 민감하게 반응해왔습니다. 2025년 초 이뮤노반트가 그레이브스병 개발 전략을 차세대 약물 IMVT-1402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을 때 주가가 하락했습니다. 하지만 9월 미국갑상선학회에서 치료 후 6개월 지속 효과를 보여주는 긍정적인 데이터가 나오자 다시 반등했습니다.

향후 2025년 12월 TED 임상 3상 결과가 가장 중요한 단기 변수가 될 것입니다. TED는 그레이브스병보다 시급한 의료적 필요가 있고, 현재 승인된 치료제가 테프로투무맙(Tepezza) 하나뿐인 시장입니다. 이 결과에 따라 바토클리맙의 상업화 가능성이 결정될 것이며, 중장기적으로는 IMVT-1402의 임상 진행 상황이 주요 변수가 될 것입니다.

주요 이벤트 일정 (2025년 10월 기준)

시기 이벤트 내용 및 의미
2025년 12월 바토클리맙 TED 임상 3상 갑상선안병증 결과 발표. TED 등록 진행 여부 결정. FDA 승인 치료제는 Tepezza(연 4억원) 하나뿐
2025년 말 IMVT-1402 임상 시작 차세대 FcRn 억제제 잠재적 등록 임상. 600mg 용량, 52주 투여 (바토클리맙 340mg보다 강력)
2027년 IMVT-1402 결과 발표 2개 잠재적 등록 임상 결과. 차세대 약물 상업화 가능성 판단. 한올바이오 기술료 수익 결정

리스크도 고려해야

1. 콜레스테롤 부작용

초기 임상에서 바토클리맙 투여 시 LDL 콜레스테롤(나쁜 콜레스테롤)이 증가하는 부작용이 나타났습니다. 다행히 약물 중단 후 정상으로 돌아왔지만, 장기 안전성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합니다.

2. 상업화 불확실성

이뮤노반트는 바토클리맙보다 차세대 약물인 IMVT-1402에 집중하는 전략을 선택했습니다. 바토클리맙이 상업화까지 이어질지는 TED 임상 3상 결과에 따라 결정될 예정입니다.

3. 기술이전 구조의 한계

한올바이오파마는 바토클리맙의 개발과 상업화를 직접 주도하지 않습니다. 이뮤노반트의 전략에 따라 수익 구조가 결정되므로, 통제력이 제한적입니다.

결론: 190년 만의 혁신이 될까?

그레이브스병은 1835년 처음 보고된 이후 지금까지 근본 치료제가 없었습니다. 모든 치료법은 증상을 억제하거나 갑상선을 파괴하는 방식이었고, 환자들은 재발과 부작용에 시달려왔습니다.

바토클리맙은 이런 상황을 바꿀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병의 원인인 자가항체를 직접 제거하고, 치료 후에도 효과가 오래 지속됩니다. 임상 2상 결과는 고무적이었고, 환자들의 삶의 질도 크게 개선되었습니다.

물론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장기 안전성 데이터가 필요하고, 상업화 전략도 불확실합니다. 하지만 190년 동안 해결하지 못한 문제에 대한 답을 찾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의미가 큽니다.

한올바이오파마 입장에서는 바토클리맙이 성공하면 기술료 수익이 늘어나고, IMVT-1402의 가치도 상승할 것입니다. 2025년 12월 TED 임상 3상 결과와 2027년까지 이어지는 IMVT-1402 임상 데이터 발표들이 회사의 미래를 결정할 것입니다. 투자자라면 단기 주가 변동보다는 임상 진행 상황과 장기적인 기술 가치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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