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팜은 왜 AI 뇌전증 플랫폼에 투자하는가?
2025년 10월 21일, SK바이오팜이 중남미 대표 제약사 유로파마와 함께 AI 기반 뇌전증 관리 플랫폼을 개발할 조인트벤처 '멘티스 케어'를 설립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캐나다 토론토의 혁신 허브 '마스 디스커버리 디스트릭트'에 거점을 둔 이 회사는 SK바이오팜이 80%, 유로파마가 20%의 지분을 보유하는 구조입니다.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로 2024년 첫 흑자를 달성한 SK바이오팜이 이제 약물을 넘어 디지털 헬스케어로 확장한다는 의미입니다. 단순히 약을 파는 제약사에서 '치료 생태계 전체'를 관리하는 헬스케어 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는 선언인 셈이죠.
투자자 입장에서는 궁금합니다. 왜 SK바이오팜은 잘 팔리는 약이 있는데도 AI 플랫폼에 투자하는 걸까요? 이게 정말 돈이 될까요?
세노바메이트의 성공, 그리고 한계
먼저 세노바메이트의 현주소부터 살펴보겠습니다. 2020년 미국 출시 이후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하며 SK바이오팜의 '효자 상품'이 되었습니다. 2024년 미국 매출만 4,387억원, 전체 매출은 5,476억원으로 창사 이래 첫 연간 흑자를 달성했죠. 2025년 2분기에는 미국에서만 분기 매출 1억 달러(약 1,300억원)를 돌파했습니다.
📊 세노바메이트 미국 매출 추이
- 2020년: 121억원 (출시)
- 2021년: 782억원 (6배 성장)
- 2022년: 1,692억원 (2.2배 성장)
- 2023년: 2,708억원 (1.6배 성장)
- 2024년: 4,387억원 (1.6배 성장)
- 2025년 2분기: 분기 매출 1억달러 돌파
현재 미국 뇌전증 치료제 시장에서 처방 건수 기준 2위이며, 1위인 UCB의 브리비액트를 맹추격 중입니다. 이동훈 SK바이오팜 사장은 "곧 1위를 달성할 것"이라고 자신했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있습니다. 전체 매출의 95%가 세노바메이트 하나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2032년 특허 만료 전까지 대체 제품을 확보해야 하는 숙제가 남아있죠. 제2, 제3의 신약 개발에는 10년 이상의 시간과 막대한 비용이 듭니다.
약 파는 회사에서 '치료 생태계' 기업으로
SK바이오팜의 AI 플랫폼 투자는 사실 오래 전부터 준비된 전략이었습니다. 2018년부터 자체적으로 뇌파 분석 AI 기술과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개발해왔습니다. '제로(ZERO)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이 개발은 뇌전증 환자의 '발작 완전 소실'을 목표로 합니다.
제로 플랫폼은 크게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됩니다. 첫째, 환자의 뇌파·심전도·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수집하는 웨어러블 디바이스입니다. 안경처럼 착용하는 '제로글래스', 귀 뒤에 부착하는 '제로와이어드', 헤드밴드·이어버드·헤드셋 형태 등 총 5가지 디바이스가 개발 중입니다.
둘째,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해 발작을 예측하는 AI 모델입니다. 환자마다 발작 패턴이 다른데, AI가 개인별 패턴을 학습해 발작이 올 가능성을 미리 알려줍니다. 셋째, 환자와 보호자를 위한 모바일 앱입니다. 발작 이력을 기록하고, 약 복용을 관리하며, 발작이 감지되면 보호자에게 즉시 알림을 보냅니다.
💡 왜 IT 기업이 아닌 제약사가 뇌전증 AI를 개발할까?
이동훈 사장의 말이 핵심을 짚습니다. "많은 IT 기업들이 시도했지만, 환자의 임상 데이터와 현장 경험이 없기 때문에 개발이 쉽지 않았다. 세노바메이트 판매로 데이터를 가진 우리는 가능하다."
SK바이오팜은 세노바메이트를 처방받는 수만 명의 환자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어떤 환자가 어떤 패턴으로 발작을 겪는지, 어떤 약물 조합이 효과적인지에 대한 실제 임상 데이터 말이죠. 이 데이터가 AI 학습의 핵심 자산입니다.
출처: 전자신문, 2025.01.14
멘티스 케어는 무엇을 할까?
멘티스 케어는 SK바이오팜의 AI 기술과 유로파마의 중남미 시장 경험을 결합한 합작법인입니다. 유로파마는 중남미 최대 제약사 중 하나로, 다년간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에 투자해온 경험이 있습니다. 2022년부터 SK바이오팜과 세노바메이트의 중남미 출시를 위해 협력해왔고, 이번에 협력 범위를 디지털로 확장한 것입니다.
멘티스 케어의 초대 CEO로 선임된 하산 코톱은 AI 기반 신경 모니터링 기업 '브레인 사이언티픽'의 전 CEO로, 헬스케어와 기술 산업에서 30년 이상 경력을 쌓은 전문가입니다. 그는 "AI 기술을 통해 뇌전증 환자들이 더 안전하고 자유로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습니다.
멘티스 케어가 개발할 플랫폼은 크게 두 가지 기능에 집중합니다. 첫째, 실시간 발작 예측과 환자 맞춤형 경고 시스템입니다. 뇌전증 환자에게 가장 치명적인 것은 예고 없이 찾아오는 발작입니다. 특히 야간 발작의 경우 보호자가 없으면 사망 위험이 높습니다. AI가 발작을 미리 예측해준다면 환자는 안전한 장소로 이동하거나 약을 복용해 대비할 수 있습니다.
둘째, 데이터 기반 임상 의사결정 지원 플랫폼입니다. 의료진은 환자의 실시간 데이터를 바탕으로 최적의 치료 계획을 수립할 수 있습니다. 어떤 약물 조합이 효과적인지, 용량 조절이 필요한지를 데이터로 판단하는 것이죠.
🌐 북미 거점 확보의 의미
멘티스 케어가 토론토의 마스 디스커버리 디스트릭트에 거점을 둔 것은 전략적 선택입니다. 이곳은 북미 최대 규모의 헬스케어 혁신 허브로, 연구기관·스타트업·투자자 네트워크가 집결해 있습니다.
캐나다는 디지털 헬스케어 규제가 미국보다 유연하고, 북미 시장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합니다. SK바이오팜은 여기서 기술을 검증한 뒤 미국 FDA 승인을 추진할 것으로 보입니다.
투자 포인트 요약
| 구분 | 내용 |
|---|---|
| 핵심 경쟁력 | 세노바메이트 환자 데이터 보유, 7년간 AI 플랫폼 개발 경험, 제약+IT 융합 역량 |
| 수익화 속도 | 신약 개발 10년 vs AI 플랫폼 2~3년, 2027~2028년 상용화 목표 |
| 비즈니스 모델 | 월 구독료(반복 수익) + 세노바메이트 번들 판매 시너지 |
| 시장 규모 | 디지털 치료제 시장 2030년까지 연평균 30% 성장, 보험 적용 확대 전망 |
| 전략적 의미 | 2032년 특허 만료 대비 + 단일 제품 의존도(95%) 탈피 |
| 리스크 | 규제 불확실성, 보험 적용 시기, 경쟁 심화(실리콘밸리 스타트업 등) |
결국 핵심은 데이터
SK바이오팜의 강점은 명확합니다. 실제 환자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IT 기업은 기술은 있어도 데이터가 없고, 다른 제약사는 약은 있어도 AI 개발 역량이 부족합니다. SK바이오팜은 둘 다 갖췄습니다.
이동훈 사장은 "혁신 신약을 넘어 AI 기반 디지털 헬스케어를 통해 환자 치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다"며 "멘티스 케어를 통해 AI 기술을 접목한 환자 중심 치료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신약 하나로 연간 5,000억원을 버는 회사가 AI 플랫폼에 투자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2032년 특허 만료 이후를 대비하면서, 동시에 지금 당장 새로운 수익원을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단순히 약을 파는 제약사가 아니라, 진단-치료-관리의 전 과정을 책임지는 '종합 헬스케어 솔루션 기업'으로 진화하겠다는 전략이죠.
멘티스 케어가 성공한다면, SK바이오팜은 단일 제품 의존도를 낮추면서도 고부가가치 디지털 사업을 확보하는 '일석이조'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2027~2028년쯤 플랫폼이 상용화되면, 그때 다시 한 번 SK바이오팜의 주가는 움직일 것입니다.
※ 투자 유의사항
본 글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투자 결정은 본인의 판단과 책임 하에 이루어져야 하며, 투자로 인한 손실에 대해서는 본인이 책임을 집니다. 본 글에 사용된 데이터는 SK바이오팜 IR 자료, 공시자료, 언론 보도 등을 참고하였으며, 작성 시점(2025년 10월) 기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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