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로노이 저분자 신약 플랫폼과 폐암치료제 | 왜 ADC가 아닌 저분자 화합물인가?

2025. 10. 26. 07:00·기업이야기

 

보로노이 저분자 신약 플랫폼 | 왜 ADC가 아닌 저분자 화합물인가?

2025년 바이오 업계의 가장 뜨거운 키워드는 단연 'ADC'입니다. 에임드바이오가 베링거인겔하임에 1.4조 원 규모로 기술이전하며 화제를 모았고, 리가켐바이오는 ESMO에서 HER2-ADC 임상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항체-약물접합체(Antibody-Drug Conjugate, ADC)는 항체의 정확한 표적 인식 능력과 강력한 세포독성 약물을 결합한 '유도미사일' 같은 신약입니다. 그런데 이 ADC 열풍 속에서 다른 길을 걷는 기업이 있습니다. 바로 보로노이입니다.

보로노이는 ADC가 아닌 '저분자 화합물' 기반 신약 플랫폼으로 폐암과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2025년 10월, 보로노이는 일라이 릴리 글로벌 임상개발 부문 부사장 출신 인 장(Yin Zhang) 박사를 최고의료책임자(CMO)로 영입하며 글로벌 임상 체계 구축에 나섰습니다. 기획바이오로 출발해 이제 종합 신약개발사로 도약하겠다는 의지입니다.

그렇다면 질문이 생깁니다. 모두가 ADC에 뛰어드는 지금, 왜 보로노이는 저분자 화합물을 선택했을까요? 그리고 저분자 신약은 ADC와 무엇이 다를까요?

보로노이 핵심 파이프라인
VRN11: EGFR C797S 돌연변이 타깃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임상 2상 준비)
VRN10: JAK1 선택적 억제제 아토피피부염 치료제 (전임상)
2027년 상업화 목표, 폐암 치료제 시장 진입 계획
 

저분자 vs ADC: 근본적인 차이

먼저 저분자 화합물과 ADC의 구조적 차이부터 이해해야 합니다. ADC는 항체(분자량 약 150,000 Da)에 강력한 독성 약물을 링커로 연결한 거대한 복합체입니다. 반면 저분자 화합물은 말 그대로 작은 분자(보통 500 Da 이하)로 만들어진 약물입니다. 우리가 흔히 복용하는 아스피린, 타이레놀 같은 약들이 모두 저분자 화합물입니다.

이 크기 차이는 단순한 숫자가 아닙니다. 약물이 몸 안에서 어떻게 움직이고, 어디까지 도달하고, 얼마나 오래 머무는지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저분자화합물과 ADC
구분 저분자 화합물 ADC (항체-약물접합체)
분자량 ~500 Da (작음) ~150,000 Da (큼)
조직 침투 ✓ 우수 (BBB 통과 가능) ✗ 제한적 (큰 크기)
경구 투여 ✓ 가능 (알약) ✗ 불가능 (주사만)
제조 ✓ 화학 합성 (간편) ✗ 세포 배양 (복잡)
표적 선택성 ✗ 상대적 낮음 ✓ 매우 높음
반감기 ✗ 짧음 (수 시간) ✓ 긺 (수 주)
제조 원가 ✓ 낮음 ✗ 높음

ADC는 항체 덕분에 암세포 표면의 특정 단백질을 정확하게 찾아갑니다. 표적 세포에 붙으면 세포 안으로 들어가 독성 약물을 방출합니다. 정상 세포는 건드리지 않고 암세포만 공격하는 것이죠. 하지만 ADC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ADC의 한계

첫째, 크기가 너무 큽니다. 암 조직은 혈관이 새고 림프계가 막혀있어서 큰 분자가 쌓이기는 하지만(EPR 효과), 암 조직 깊숙한 곳까지 침투하기는 어렵습니다. 마치 큰 트럭이 좁은 골목길에 들어가기 힘든 것과 비슷합니다.

둘째, 제조가 복잡하고 비쌉니다. 항체는 살아있는 세포(주로 CHO 세포)에서 생산해야 하고, 여기에 독성 약물을 정확한 비율로 붙이는 과정도 까다롭습니다. 약물-항체 비율(DAR)이 들쑥날쑥하면 효과와 안전성에 문제가 생깁니다.

셋째, 경구 투여가 불가능합니다. 항체는 위산과 소화효소에 파괴되기 때문에 반드시 정맥주사로 투여해야 합니다. 환자 입장에서는 병원을 방문해 주사를 맞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저분자가 가진 장점

반면 저분자 화합물은 이런 한계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1. 조직 침투력

작은 크기 덕분에 혈관 밖으로 빠져나가 암 조직 깊숙한 곳까지 침투할 수 있습니다. 특히 뇌혈관장벽(Blood-Brain Barrier, BBB)을 통과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보로노이가 개발 중인 VRN11은 BBB 투과율이 경쟁 물질 대비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뇌로 전이된 폐암에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2. 제조 용이성과 원가 절감

저분자는 화학 합성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세포 배양이 필요 없고, 배치마다 품질이 일정합니다. 제조 원가가 낮아 환자 부담도 줄일 수 있습니다. 보로노이는 AI 기반 약물 설계 플랫폼을 활용해 저분자 화합물을 더욱 효율적으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3. 경구 투여 가능성

저분자는 위산에 강하고 장에서 흡수될 수 있도록 설계할 수 있습니다. 즉, 알약 형태로 복용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환자 편의성이 크게 향상되고, 만성질환 치료제로도 적합합니다.

4. 개발 속도

저분자는 합성부터 전임상, 임상까지의 개발 과정이 ADC보다 상대적으로 빠릅니다. 특히 기존에 검증된 약물 화학 지식을 활용할 수 있어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습니다.

저분자 화합물의 핵심 장점
✓ 작은 크기: 조직 깊숙이 침투, BBB 통과 가능
✓ 제조 간편: 화학 합성, 원가 절감, 품질 일정
✓ 경구 투여: 알약 형태, 환자 편의성 향상
✓ 빠른 개발: 검증된 약물 화학, 개발 속도 빠름

ADC는 표적 정확성에서, 저분자는 침투력과 편의성에서 각각 강점을 보입니다.
 

그렇다면 저분자의 단점은?

물론 저분자도 완벽하지 않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표적 선택성입니다. ADC는 항체가 암세포 표면의 특정 단백질만 인식하지만, 저분자는 그 정도로 정확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암세포뿐 아니라 정상 세포에도 영향을 미쳐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또한 혈중 반감기가 짧습니다. ADC는 항체 덕분에 혈액 속에서 몇 주씩 순환하지만, 저분자는 몇 시간 만에 신장을 통해 배출됩니다. 자주 투여해야 하고, 약물 농도 유지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분자 신약 개발의 핵심은 선택성을 높이는 것입니다. 암세포에만 있는 특정 변이 단백질을 정확하게 공격하면서도, 정상 세포에는 영향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보로노이가 집중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보로노이의 전략: EGFR C797S라는 틈새시장

보로노이는 비소세포폐암 중에서도 특별한 환자군을 겨냥합니다. 바로 'EGFR C797S 돌연변이'를 가진 환자들입니다.

EGFR은 세포 성장 신호를 전달하는 단백질입니다. 폐암 환자의 약 10-15%는 EGFR에 특정 변이가 있어 세포가 무한증식합니다. 이들을 위해 개발된 약이 이레사(1세대), 타세바(2세대), 그리고 타그리소(3세대)입니다.

문제는 이 약들을 사용하다 보면 암세포가 또 다른 변이를 만들어 내성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특히 C797S 돌연변이가 생기면 타그리소조차 듣지 않습니다. 현재 이런 환자들을 위한 FDA 승인 치료제는 없습니다. 보로노이의 VRN11은 바로 이 틈새시장을 공략합니다.

세대 대표 약물 특징 한계
1세대 이레사 (Gefitinib) EGFR 변이 표적 T790M 내성 발생
2세대 타세바 (Afatinib) 더 강력한 억제 여전히 T790M 내성
3세대 타그리소 (Osimertinib) T790M 내성 극복 C797S 내성 발생
4세대 VRN11 (개발 중) C797S 내성 극복 목표 임상 단계
폐암 치료제 세대 진화
매 세대마다 새로운 내성이 생기고, 이를 극복하는 신약이 등장합니다. C797S 변이는 3세대 타그리소 치료 후 발생하는 내성으로, 현재 승인된 치료 옵션이 없습니다. 이것이 보로노이가 공략하는 미충족 수요입니다.

VRN11은 C797S 변이가 있는 EGFR을 선택적으로 억제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기존 약들이 효과를 잃은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옵션을 제공하는 것이죠. 더욱이 작은 분자량과 높은 BBB 투과율 덕분에 뇌전이에도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임상 진행 상황과 경쟁 구도

VRN11은 현재 임상 1상을 마치고 2상 진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보로노이는 2025년 하반기 내 임상 2상 계획 승인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2027년 상업화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경쟁사로는 미국의 블루프린트메디슨스가 있습니다. 이들의 BLU-701도 같은 C797S 변이를 타깃으로 하며 임상 1/2상을 진행 중입니다. 보로노이는 VRN11의 BBB 투과율과 선택성에서 경쟁 우위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폐암 치료제 시장은 거대합니다. 전 세계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시장은 2024년 약 210억 달러 규모이며, EGFR 표적 치료제만 해도 수십억 달러 시장입니다. C797S 변이 환자군은 전체의 일부지만, 미충족 수요가 명확하고 경쟁이 덜한 블루오션입니다.

 

재무 구조와 기술이전 전략

보로노이는 아직 매출이 없는 연구개발 단계 바이오텍입니다. 2024년 기준 영업활동 현금흐름 적자가 지속되고 있으며, 임상 비용으로 지속적인 현금 유출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보로노이는 독특한 자금 조달 전략을 가지고 있습니다. 2025년 9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후보물질 VRN04를 미국 바이오텍 앤비아에 기술이전하면서 현금 대신 앤비아의 지분을 받았습니다. 앤비아는 곧 상장을 앞두고 있어, 지분 가치 상승을 노린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됩니다.

또한 2025년 10월에는 360억 원 규모의 교환사채(EB)를 발행했습니다. 이 EB는 주가가 16만 원을 넘으면 콜옵션이 발동되는 구조로, VRN11 임상 2상 승인 등 긍정적 뉴스가 있을 경우 주가 상승과 함께 자금 조달이 용이해질 수 있습니다.

투자 리스크
보로노이는 아직 초기 임상 단계이며, 2027년 상업화까지는 많은 리스크가 존재합니다. 임상 실패 가능성, 경쟁 심화, 지속적인 현금 소모 등을 고려해야 합니다. 바이오 투자는 고위험 고수익 특성이 있으므로 신중한 판단이 필요합니다.
 

투자자 관점: 기술적 해자와 리스크

구분 내용
명확한 미충족 수요 C797S 변이 폐암 환자를 위한 승인된 치료제 부재
기술적 차별성 BBB 투과율, 작은 분자량, AI 기반 설계
경구제 가능성 알약 형태 개발 시 시장 확대
경험 있는 경영진 릴리 출신 CMO 영입으로 글로벌 임상 역량 강화
플랫폼 확장성 VRN10(아토피), VRN04(자가면역) 등 다양한 파이프라인

리스크 요인

리스크 요인 내용
임상 실패 가능성 아직 초기 단계, 2상/3상에서 효능·안전성 검증 필요
경쟁 심화 블루프린트메디슨스 등 경쟁사 존재
재무 구조 지속적인 현금 유출, 추가 자금 조달 필요성
선택성 우려 저분자의 태생적 한계, 부작용 발생 가능성
시장 규모 C797S 변이 환자군은 전체 폐암 시장의 일부
 

결론: 보로노이가 보여주는 다른 길

ADC가 바이오 업계의 주류가 된 지금, 보로노이는 저분자 화합물이라는 다른 길을 보여줍니다. ADC의 정확성을 포기하는 대신, 조직 침투력과 경구 투여 가능성이라는 장점을 취했습니다. 특히 뇌혈관장벽을 넘어 뇌전이 폐암까지 치료할 수 있다는 점은 저분자만의 강점입니다.

중요한 것은 '어느 것이 더 나은가'가 아니라 '어떤 문제를 풀 것인가'입니다. 보로노이는 C797S 변이라는 명확한 미충족 수요를 발견했고, 이를 풀기에는 저분자가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습니다. 2027년 VRN11이 시장에 나온다면, 저분자 신약의 가능성을 다시 한번 증명하는 사례가 될 것입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VRN11의 임상 2상 진행 상황, 경쟁사 대비 데이터 우월성, 그리고 글로벌 파트너십 가능성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릴리 출신 CMO 영입은 글로벌 임상 역량 강화와 함께, 향후 빅파마와의 기술이전 가능성도 시사합니다.

다음 주목 시점
• 2025년 하반기: 임상 2상 IND 승인
• 2026년: 임상 2상 중간 결과
• 2027년: 상업화 여부

보로노이의 저분자 신약 플랫폼은 ADC 열풍 속에서 다른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작지만 강력한 저분자가 거대한 ADC와는 다른 방식으로 암과 싸우는 모습, 그 결과를 지켜보는 것이 흥미로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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