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시밀러 관세 15% 확정, 셀트리온·삼성바이오 무관세 받을까?
어제 밤, 제약업계를 뒤흔든 뉴스
10월 29일 밤, 경주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직후 터진 뉴스 하나가 제약·바이오 업계를 들썩이게 했습니다. 5개월간 끌어오던 관세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됐다는 소식이었죠. 트럼프가 200%까지 올리겠다던 의약품 관세, 결국 15%로 낙착됐습니다.
제약바이오협회는 즉각 환영 성명을 냈고, 업계 관계자들은 "최악은 면했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하지만 축배를 들기엔 아직 이릅니다. 가장 중요한 질문 하나가 여전히 공중에 떠 있기 때문입니다.
갈린 운명: 15% vs 무관세
어제 발표된 협상 내용을 보면 이렇습니다:
| 품목 | 관세율 | 비고 |
|---|---|---|
| 의약품 | 최혜국 대우 15% | 일반 의약품 |
| 제네릭(복제약) | 무관세 확정 | 화학합성 복제약 |
| 바이오시밀러 | ❓ 미확정 | 언급 없음 |
제네릭 의약품은 특허가 만료된 화학합성 의약품의 복제약입니다. 아스피린이나 혈압약 같은 약들이죠. 이건 무관세가 확실합니다.
문제는 바이오시밀러입니다. 바이오시밀러는 생물학적 제제의 복제약으로, 항체치료제처럼 복잡한 단백질 기반 의약품입니다. 화학합성으로 만드는 제네릭과 달리 살아있는 세포를 배양해서 만들기 때문에 훨씬 복잡하고 가격도 비쌉니다.
한국바이오협회 관계자: "제네릭은 유럽과 일본 사례를 봐도 바이오시밀러를 포함시키지 않았다. 국산 제네릭은 무관세 혜택을 받겠지만 바이오시밀러는 무관세 혜택받기 어려울 것"
즉, 바이오시밀러는 15% 관세 그룹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입니다.
왜 바이오시밀러가 중요한가
숫자로 보면 명확합니다. 2024년 한국의 대미 의약품 수출액은 약 40억 달러(약 5.7조원). 이 중 바이오의약품이 94.2%를 차지합니다. 그리고 그 대부분이 바이오시밀러입니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 두 회사가 한국 바이오시밀러의 양대산맥입니다.
셀트리온의 성과
- 2024년 상반기 수출 실적: 8,756억원
- 램시마(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 유럽 시장점유율 57%, 미국 30%
- 트룩시마: 유럽 22%, 미국 30%
- 허쥬마: 일본 74%, 유럽 22%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성과
- 2024년 해외 매출: 13억 6,300만 달러(약 1.8조원)
- FDA 허가 제품: 7개 (셀트리온 5개)
- 주요 제품: 엔브렐·레미케이드·휴미라·허셉틴·아바스틴·루센티스 6종
- 파트너사: 바이오젠, 오가논 등
한국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바이오시밀러 허가 국가입니다. FDA 허가를 받은 한국 바이오시밀러는 총 12개로, 셀트리온 5개, 삼성바이오에피스 7개입니다.
15%면 어떻게 되나
관세가 15%라면 어떻게 될까요? 단순하게 생각하면 가격이 15% 오르는 것입니다. 하지만 바이오시밀러의 핵심 경쟁력은 '저렴한 가격'입니다.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 대비 평균 30~50% 낮은 가격으로 판매됩니다. 만약 15% 관세가 붙으면 이 가격 경쟁력이 상당 부분 사라집니다. 특히 미국은 원래 약값이 비싼 나라인데, 관세까지 붙으면 바이오시밀러의 '가성비'가 크게 떨어지는 거죠.
더 큰 문제는 경쟁입니다. 미국 내에서 생산하거나 무관세 혜택을 받는 경쟁사들이 있다면, 한국 기업들은 15%의 핸디캡을 안고 싸워야 합니다.
기업들의 대응책: CMO 전략
그래서 기업들이 꺼낸 카드가 CMO(위탁생산) 전략입니다.
셀트리온의 대응
✓ 미국 현지 생산시설 투자 - 2025년 상반기 투자 결정 예정
✓ CDMO 사업 확대 - 2024년 12월 셀트리온바이오솔루션스 출범, 최대 3조원 투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대응
✓ CDMO 역량 강화 - 5공장 가동으로 생산능력 78만4,000L까지 확대
원료의약품(DS, Drug Substance)을 수출하면 관세 부담이 낮습니다. 약병에 담아 완제품으로 만드는 건 미국에서 하면 되니까요. 또는 아예 미국에 공장을 지어서 현지 생산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전략들은 모두 비용과 시간이 듭니다. 미국에 공장을 짓는다고 해도 최소 4~5년은 걸립니다. 당장 내년부터 관세가 적용될 수도 있는데 말이죠.
트럼프의 모순: 약값을 낮추면서 관세를 올린다?
여기서 아이러니가 있습니다. 트럼프는 "미국 약값이 너무 비싸다"며 약가 인하를 공약으로 내걸었습니다. 그래서 바이오시밀러 같은 저렴한 복제약을 장려하겠다고 했죠.
그런데 동시에 수입 의약품에 관세를 매기겠다고 합니다. 관세를 매기면 가격이 오르는데, 그럼 약값이 내려갈까요 올라갈까요?
- 공약 1: 미국 약값 인하 → 바이오시밀러 장려
- 공약 2: 수입 의약품 관세 부과 → 바이오시밀러 가격 상승
- 결과: 두 공약이 서로 충돌
이 모순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이 "실제 관세 부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미국 환자들의 반발이 너무 클 테니까요. 하지만 트럼프는 예측 불가능한 사람입니다. 그가 정말로 관세를 밀어붙인다면, 바이오시밀러 시장 전체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 100조원을 향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성장 전망은 밝습니다.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2023년 약 31조원에서 2030년까지 약 108조원으로 3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블록버스터 의약품들의 특허가 줄줄이 만료되기 때문입니다.
| 의약품 | 적응증 | 2024년 글로벌 매출 | 특허 만료 |
|---|---|---|---|
| 키트루다 | 면역항암제 | 44조원 | 2028년~ |
| 듀피젠트 | 아토피·천식 | 21조원 | 2030년 전후 |
| 합계 | 65조원 규모 신규 시장 | ||
이 두 제품만 합쳐도 연간 65조원 규모의 새로운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열립니다.
- 유럽: 독일, 영국, 프랑스 등 바이오시밀러 처방 가이드라인 운용
- 미국 FDA: 바이오시밀러 허가심사 수수료 18.4% 인하
- 캐나다: 바이오시밀러 임상 3상 요구 완화
투자자는 무엇을 봐야 하나
투자자 입장에서 주목해야 할 포인트는 명확합니다.
1. 바이오시밀러 무관세 여부 확정 시점
- 현재는 "추가 확인 필요" 상태
- 세부 협상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주목
- 예상 시기: 2025년 1분기 내
2. 기업별 CMO 전략 진행 상황
- 셀트리온: 미국 현지 생산시설 투자 결정 시기(2025년 상반기 예정)
- 삼성바이오로직스: 미국 공장 인수 검토 진행
- 원료의약품 수출 비중 변화 추이
3. 미국 시장 점유율 변화
- 셀트리온 램시마: 미국 30% 점유율 유지 여부
- 삼성바이오에피스: PBM(처방약급여관리업체) 계약 효과
- 분기별 매출 실적 추이
4. 신규 제품 출시 일정
- 셀트리온: 스텔라라, 졸레어 바이오시밀러
- 삼성바이오에피스: 솔리리스,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 매출 본격화
5. 트럼프 약가 정책의 실제 방향
- 관세와 약가 인하 공약의 모순 해소 방식
- 바이오시밀러 장려 정책 유지 여부
- 미국 제약업계 및 환자단체의 반응
불확실성 속의 기회
어제 밤 타결된 관세 협상은 200%에서 15%로 대폭 낮아졌다는 점에서 분명 다행입니다. 하지만 바이오시밀러의 구체적인 관세율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은 여전히 변수입니다.
한국 바이오기업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바이오시밀러 생산 역량을 갖추고 있습니다. 100조원 규모로 성장할 글로벌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죠. 문제는 관세라는 장벽이 얼마나 높게 세워질지입니다.
단기적으로는 불확실성이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본다면, CMO 전략을 통한 현지화, 신규 블록버스터 바이오시밀러 출시, 글로벌 시장 확대 등 성장 동력은 여전히 건재합니다.
투자자라면 단기 변동성에 흔들리기보다, 바이오시밀러 무관세 여부 확정과 기업별 대응 전략 실행을 지켜보는 것이 현명합니다. 15%냐 무관세냐, 그 답이 나오는 순간이 다음 투자 타이밍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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