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투지바이오의 InnoLAMP 기술은 무엇이 다를까? | 펩트론·인벤티지랩과의 기술 비교
2025년 8월, 지투지바이오가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습니다. 공모가 5만 8천원으로 시작했지만 현재 주가는 19만원을 훌쩍 넘어섰습니다. 불과 2개월 만에 3배가 넘는 상승입니다. 무엇이 투자자들을 열광하게 만들었을까요? 답은 '장기지속형 주사제' 시장에 있습니다.
위고비, 마운자로 같은 비만 치료제가 글로벌 시장을 뒤흔들면서 한 가지 문제가 부각됐습니다. 매주 한 번씩 주사를 맞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환자 입장에서는 번거롭고, 제약사 입장에서는 복약 순응도가 떨어집니다. 만약 한 달에 한 번, 아니 석 달에 한 번만 맞아도 된다면 어떨까요? 이 시장을 겨냥한 세 회사가 있습니다. 지투지바이오, 펩트론, 인벤티지랩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세 회사 모두 비슷한 목표를 향해 가고 있지만, 가는 길이 제각각 다르다는 겁니다. 마치 서울에서 부산을 가는데 KTX, 비행기, 자동차를 타는 것처럼 말이죠. 어떤 방식이 가장 빠를까요? 어떤 방식이 가장 경제적일까요? 오늘은 이 세 회사의 기술을 투자자 관점에서 비교해보겠습니다.
펩트론: 이미 시장에서 검증받은 기술
펩트론은 세 회사 중 가장 먼저 출발한 선배입니다. 2003년 대웅제약과 계약을 맺고 '루피어데포'라는 전립선암 치료제를 만들었습니다. 2023년 이 제품의 생산 실적은 325억 원. 실제 환자에게 팔리고 있는 제품입니다. 이게 왜 중요할까요? 바이오 업계에서는 "기술이 좋다"는 말과 "실제로 돈을 번다"는 말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펩트론의 핵심 기술은 '스마트데포(SmartDepot)'입니다. 초음파 분무건조 방식으로 미립구를 만드는 기술인데, 가장 큰 장점은 27~30G라는 가는 주사침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주사를 맞아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주사침이 굵으면 아픕니다. 펩트론은 비독성 용매(빙초산)를 사용해서 안전성도 확보했습니다.
펩트론의 최대 무기는 상용화 경험입니다. 2025년 7월에는 루프원이 식약처 품목 허가를 받았고, 10월부터 본격적으로 매출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제약사 입장에서는 "이미 한 번 해본 회사"라는 신뢰가 있습니다.
하지만 약점도 있습니다. 초음파 분무건조 방식은 생산성이 제한적입니다. 대량 생산이 필요한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는 이게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게다가 펩트론의 기술은 주로 펩타이드(단백질 조각) 약물에 최적화되어 있어서, 적용 범위가 상대적으로 좁습니다.
펩트론의 운명을 가를 가장 큰 이벤트는 2024년 10월 일라이 릴리와 체결한 MTA(물질이전계약)입니다. 이게 본계약으로 이어질지 여부가 2025년 말~2026년 초에 결정됩니다. 만약 계약이 성사되면 주가는 다시 한번 급등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2025년 6월 릴리가 스웨덴 카무루스와 1.2조 원 규모의 계약을 맺으면서 시장에는 불안감이 돌았습니다. 카무루스의 '플루이드 크리스탈' 기술도 장기지속형이기 때문입니다.
💡 MTA(물질이전계약)란?
Material Transfer Agreement의 약자로, 쉽게 말하면 "시험 기간"입니다. 글로벌 제약사가 자신들의 약물을 플랫폼 회사에 보내서 "당신 기술로 우리 약을 장기지속형으로 만들 수 있나요?"라고 테스트해보는 겁니다. 일종의 테스팅 기간이라고 볼 수 있죠. 이 테스트가 성공하면 본계약(기술이전 계약)으로 이어지고, 수백억~수천억 원대의 계약금과 마일스톤이 발생합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MTA 체결 자체도 중요하지만, 이것이 본계약으로 이어지는지가 훨씬 더 중요합니다.
인벤티지랩: 최첨단 기술, 하지만 아직 검증 전
인벤티지랩은 가장 '하이테크'한 회사입니다. 마이크로플루이딕(Microfluidics)이라는 최신 기술을 사용합니다. 미세한 채널 3,000개를 동시에 작동시켜 균일한 미립구를 대량으로 만드는 방식입니다. 경쟁사가 7개 채널을 쓸 때 인벤티지랩은 3,000개를 씁니다. 이론적으로는 하루에 112kg까지 생산할 수 있습니다.
인벤티지랩의 가장 큰 강점은 '초기 과방출 제로'입니다. 기존 장기지속형 주사제의 고질적인 문제는 약물이 처음에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다는 점이었습니다. 이걸 '초기 과방출(Initial Burst)'이라고 부르는데, 부작용을 일으킵니다. 인벤티지랩은 이 문제를 완전히 해결했다고 주장합니다.
인벤티지랩은 2024년 8월에 글로벌 빅파마 베링거인겔하임과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하고, 2025년 8월에는 MTA(물질이전계약)를 체결했습니다. 베링거가 신약 후보 물질을 제공하면, 인벤티지랩이 장기지속형 제형으로 만드는 방식입니다. 2025년 중 검증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성공하면 기술이전 계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인벤티지랩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습니다. 아직 상용화된 제품이 하나도 없다는 점입니다. 아무리 기술이 좋아도 실제로 환자에게 써본 적이 없다면, 제약사 입장에서는 리스크입니다. 게다가 2025년 1월 큐라티스를 250억 원에 인수하면서 GMP 시설을 확보했지만, 아직 임상 시료 생산 단계입니다.
또 다른 변수는 특허 분쟁입니다. 펩트론과 지투지바이오가 미립구 관련 특허로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는데, 인벤티지랩도 마이크로플루이딕 기술에 82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지만 상용화 단계에서 경쟁사와 충돌할 여지가 있습니다.
지투지바이오: 대량 생산으로 승부수
지투지바이오는 후발주자지만 가장 공격적입니다. 핵심 기술인 '이노램프(InnoLAMP)'는 막유화법과 연속 용매제거 기술을 결합한 방식입니다. 배치당 30~60kg를 생산할 수 있고, 2027년 완공 예정인 제2 GMP 공장이 가동되면 연간 700만 도즈(세마글루타이드 기준)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이는 글로벌 선도 기업 알커머스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지투지바이오의 가장 큰 강점은 고함량 약물 탑재입니다. 미립구 안에 약물을 40% 이상 담을 수 있습니다. 약물 함량이 높으면 같은 효과를 내는 데 필요한 주사 횟수가 줄어듭니다. 주 1회를 월 1회로, 월 1회를 분기 1회로 늘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2025년 1월 베링거인겔하임과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7월 추가 계약을 맺었습니다. 9월에는 유럽의 또 다른 빅파마와 3번째 계약, 그리고 미국 빅파마와 4번째 계약까지 성사시켰습니다. 불과 9개월 만에 글로벌 빅파마 4곳과 파트너십을 맺은 겁니다.
하지만 지투지바이오도 약점이 있습니다. 상용화 경험이 없다는 점에서는 인벤티지랩과 비슷합니다. 그리고 2025년 8월 상장 직후 전체 주식의 35%가 유통 가능 물량으로 풀리면서 오버행(매물 부담) 우려가 있었습니다. 실제로 10월 들어 주요 주주의 대량 매도가 있었지만, 주가는 여전히 공모가 대비 3배 이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 눈여겨볼 점은 지투지바이오 대표 이희용과 연구소장 설은영이 과거 펩트론에 재직했다는 사실입니다. 펩트론의 스마트데포 기술 개발을 주도한 인물들이 나와서 이노램프를 만들었습니다. 기술적 유사성이 있을 수밖에 없고, 실제로 특허 분쟁이 진행 중입니다.
세 회사의 기술, 뭐가 다를까?
가장 큰 차이는 제조 방식입니다.
펩트론은 초음파로 약물을 분무한 뒤 건조시킵니다. 공정이 간단하고 안전하지만, 생산 속도가 느립니다. 인벤티지랩은 3,000개의 미세 채널로 동시에 미립구를 만듭니다. 생산성은 최고지만, 공정이 복잡하고 비용이 높습니다. 지투지바이오는 막유화법으로 대량 생산과 고함량을 동시에 잡았습니다.
두 번째 차이는 적용 범위입니다.
펩트론의 스마트데포는 주로 펩타이드 약물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인벤티지랩과 지투지바이오는 펩타이드뿐 아니라 소분자, 중분자까지 모두 적용 가능하다고 주장합니다. 범용성이 높다는 뜻입니다.
세 번째 차이는 상용화 경험입니다.
펩트론은 이미 루피어데포로 연간 325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습니다. 인벤티지랩과 지투지바이오는 아직 시장에 제품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글로벌 제약사 입장에서는 이게 가장 큰 리스크입니다.
투자자가 봐야 할 3가지
1. 펩트론 - 일라이 릴리 본계약 여부
2024년 10월 MTA 체결 후 14개월이 지나는 시점이 2025년 말~2026년 초입니다. 이때 본계약이 성사되면 펩트론 주가는 다시 급등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릴리가 카무루스와 1.2조 원 규모의 계약을 맺은 점은 변수입니다. 릴리가 장기지속형 기술을 여러 곳에서 확보하려는 전략일 수도 있고, 펩트론과의 계약이 불발될 신호일 수도 있습니다.
2. 인벤티지랩 - 베링거 검증 완료 시점
2025년 중 베링거인겔하임과의 공동개발 검증이 완료될 예정입니다. 만약 성공한다면 기술이전 계약으로 이어질 것이고, 이는 인벤티지랩의 첫 상용화 사례가 됩니다. 하지만 CB 전환으로 인한 신주 상장과 소송 이슈가 단기 변동성을 키울 수 있습니다.
3. 지투지바이오 - 4개 빅파마와의 실질적 계약 진전
지투지바이오는 이미 4곳의 글로벌 빅파마와 계약을 맺었지만, 아직 구체적인 마일스톤 수령이나 기술이전 금액이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2027년 GMP 공장 완공과 함께 본격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할지가 관건입니다. 단기적으로는 오버행 이슈와 특허 분쟁이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결론: 어떤 회사에 투자해야 할까?
정답은 없습니다. 세 회사는 각자 다른 강점과 약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안정성을 원한다면 펩트론입니다. 이미 상용화 실적이 있고, 일라이 릴리와의 본계약만 성사되면 제2의 알테오젠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생산성 한계와 카무루스 변수를 고려해야 합니다.
기술 혁신에 베팅하고 싶다면 인벤티지랩입니다. 3,000개 채널, 초기 과방출 제로, 최대 생산량은 세 회사 중 최고입니다. 하지만 상용화 경험이 없고, 베링거 검증이 실패하면 주가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공격적인 성장을 기대한다면 지투지바이오입니다. 9개월 만에 4개 빅파마와 계약을 맺은 속도감은 놀랍습니다. 2027년 GMP 공장 완공 후 본격적인 수익 창출이 기대됩니다. 하지만 오버행과 특허 분쟁, 그리고 상용화 경험 부재는 리스크입니다.
장기지속형 주사제 시장은 2030년까지 610억 달러(약 81조 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입니다. 세 회사 모두 이 시장을 겨냥하고 있지만, 결국 살아남는 건 "기술이 좋은 회사"가 아니라 "기술을 돈으로 바꾸는 회사"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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