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가켐바이오 LCB14 임상1상 중간결과 | 엔허투 불응 환자 치료 가능성 확인
2025년 10월 20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종양학회(ESMO 2025)에서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대전에 본사를 둔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가 파트너사 익수다 테라퓨틱스를 통해 발표한 HER2-ADC 신약 후보물질 'LCB14'의 임상 1상 중간결과가 그 주인공입니다. 유방암 환자의 64%에서 치료 반응을 보였다는 이 결과는,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HER2 양성 유방암 치료 시장은 지금 엔허투(트라스투주맙 데룩스테칸)라는 거대한 블록버스터가 지배하고 있습니다. 다이이찌산쿄와 아스트라제네카가 공동 개발한 이 약은 2023년 기준 연매출 3조 8천억원을 기록했고, 2029년에는 14조 7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HER2 양성 유방암 치료의 '표준'이 된 셈이죠.
하지만 여기에 문제가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모든 환자에게 효과가 있는 건 아닙니다. 엔허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엔허투 치료에 실패하거나 내성이 생긴 환자들은 다른 선택지가 절실했습니다. 리가켐바이오의 LCB14가 주목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 핵심 임상 데이터
연구 개요
- 대상: HER2 양성 국소 진행성/전이성 고형암 환자 62명
- 평가 대상: 55명
- 기간: 2025년 7월 31일 데이터 컷오프 기준
- 임상 단계: 1상 용량 증대 파트(Part I)
주요 결과
- 객관적 반응률(ORR) 64% (90mg/m² 이상 투여 유방암 환자)
- 용량제한독성(DLT): 관찰되지 않음
- 심각한 부작용: 없음
- 최대허용용량(MTD): 미도달 (더 높은 용량 투여 가능)
특별한 점
- 엔허투 투약 이력이 있는 환자에서도 치료 반응 확인
- 다양한 고형암에서 부분관해(PR) 관찰: 유방암, 식도암, 난소암, 담낭암
- HER2 양성뿐 아니라 HER2-low(저발현) 종양에서도 효과
💡 ORR(객관적 반응률)이란?
항암제를 투여받은 환자 중 종양이 실제로 줄어든 환자의 비율입니다. 쉽게 말해 "100명 치료했더니 64명의 암 크기가 줄었다"는 뜻입니다. 높을수록 효과가 좋은 약이라는 의미죠. 참고로 엔허투의 ORR은 유방암에서 약 80%입니다.
💡 부분관해(PR, Partial Response)란?
종양의 크기가 30% 이상 줄어든 경우를 말합니다. 암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지만 치료 효과가 명확하게 나타났다는 뜻이죠. ORR은 완전관해(CR, 암이 완전히 사라짐)와 부분관해(PR)를 합친 수치입니다.
엔허투가 못 잡은 환자를, LCB14가 잡았다
임상 데이터에서 가장 눈여겨볼 부분은 "엔허투 불응 환자에서의 치료 반응"입니다. 익수다 테라퓨틱스의 데이브 심슨 대표는 "IKS014(LCB14의 파트너사 코드명)는 엔허투 불응 환자를 포함한 다양한 HER2 양성 고형암에서 치료 개선 가능성을 보여주며, 미충족 수요 해소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단순히 "효과가 좋다"는 것을 넘어, 시장에서 차별화된 가치를 가진다는 의미입니다. 엔허투가 연간 14조원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중 일부는 반드시 엔허투 불응 환자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들을 위한 2차, 3차 치료제 시장이 열리는 것이죠.
💡 엔허투 불응이란?
엔허투로 치료를 받았지만 효과가 없거나, 처음엔 효과가 있었지만 나중에 암이 다시 자라는 경우를 말합니다. 항암제 내성이 생기는 것이죠. 이런 환자들에게는 다른 기전의 치료제가 필요합니다.
안전성: 독성 없이 용량을 더 올릴 수 있다
임상 1상의 가장 중요한 목표 중 하나는 약물의 안전성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특히 ADC(항체-약물 접합체) 계열 항암제는 암세포만 골라 죽이는 '정밀 폭격' 방식이지만, 그래도 독성은 피할 수 없습니다.
LCB14는 40, 60, 90, 120mg/m²까지 네 가지 용량군에서 테스트했는데, 용량제한독성이 관찰되지 않았고 최대허용용량에도 도달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간단히 말하면, "더 강하게 때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용량을 더 올려도 환자가 견딜 수 있다는 것은 향후 2상, 3상에서 최적 용량을 찾을 때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모든 용량 수준에서 항종양 활성이 관찰되었고, 특히 90mg/m² 이상에서 유방암 환자의 64%가 반응을 보였습니다.
HER2-ADC 시장, 얼마나 클까?
리가켐바이오가 노리는 HER2-ADC 시장은 현재 급성장 중입니다. HER2 양성 유방암은 전체 유방암의 약 20%를 차지하며, 전통적으로 예후가 나쁜 편이었습니다. 하지만 엔허투 같은 ADC의 등장으로 치료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 시장 규모 전망
- 엔허투 2023년 매출: 3조 8천억원
- 엔허투 2029년 예상 매출: 14조 7천억원
- HER2 저발현 암 치료 시장 연평균 성장률: 9.4%
- 글로벌 ADC 시장 연평균 성장률: 20%
특히 주목할 점은 HER2 '저발현' 시장의 확대입니다. 기존에는 HER2가 강하게 양성인 환자만 치료 대상이었지만, 최근 엔허투가 HER2 저발현(IHC 1+ 또는 2+) 환자에게도 효과를 보이면서 치료 대상이 크게 늘어났습니다. 이는 유방암 환자의 약 42%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LCB14 역시 임상에서 HER2 양성뿐 아니라 HER2-low 종양에서도 부분관해를 보였다는 점에서, 이 확대된 시장을 노릴 수 있는 위치에 있습니다.
리가켐바이오, 어떤 회사인가?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는 2006년 설립된 대전 소재 항체-약물 접합체(ADC) 전문 바이오텍입니다. 현재 코스닥에 상장되어 있으며(종목코드 141080), 김용주 대표가 이끌고 있습니다.
🏢 회사 기본정보
- 설립: 2006년 5월
- 본사: 대전광역시 유성구
- 대표이사: 김용주
- 상장: 코스닥 (141080)
- 주요 사업: ADC 항암제 연구개발
리가켐바이오의 핵심 경쟁력은 ADC 플랫폼 기술입니다. HER2를 타깃하는 LCB14뿐 아니라, 다양한 표적을 겨냥한 ADC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특히 LCB14는 이미 여러 파트너사와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습니다.
주요 파트너십
- 익수다 테라퓨틱스(호주): 글로벌 임상 진행 중
- 포순제약(중국): 중국 내 임상 2상/3상 진행 중
중국에서는 이미 임상 2상/3상이 진행되고 있으며, 글로벌 임상 1상은 2026년 하반기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경쟁 구도: LCB14의 위치는?
HER2-ADC 시장은 이미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선두주자인 엔허투 외에도 여러 후발주자들이 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습니다.
주요 경쟁 제품
- 엔허투 (다이이찌산쿄/AZ) - 현재 시장 1위, 다양한 적응증 보유
- 디시타맙 베도틴 (레미젠/세르비에) - 엔허투 실패 환자에서 ORR 34.3%
- BB-1701 (에자이) - 개발 중
- 국내 기업들 - 레고켐, 앱클론, 와이바이오로직스 등
LCB14가 차별화될 수 있는 포인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 LCB14의 강점
- 엔허투 불응 환자에서 치료 반응 확인
- 높은 ORR (64%)
- 우수한 안전성 (용량제한독성 없음)
- 다양한 고형암 적응증 가능성
- HER2-low에서도 효과
특히 "엔허투 불응 환자"라는 틈새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는 점은 중요한 차별화 요소입니다. 디시타맙 베도틴이 같은 전략으로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것을 보면, LCB14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임상 일정: 다음 마일스톤은?
현재 공개된 임상 데이터는 1상 중간결과입니다. 앞으로 어떤 일정이 남아있을까요?
📅 예상 임상 일정
- 2025년 말: 글로벌 임상 1상 Part I (용량 증대) 완료 예상
- 2026년 초~중반: Part II (용량 확장) 시작 예상
- 2026년 하반기: 글로벌 임상 1상 전체 완료 목표
- 중국: 이미 임상 2상/3상 진행 중 (포순제약 주관)
임상 1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본격적인 2상, 3상 임상이 시작됩니다. 보통 ADC 항암제의 경우 신속심사(Fast Track) 지정을 받는 경우가 많아, 개발 기간이 단축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 이미 2상/3상이 진행 중이라는 점은 긍정적입니다. 중국은 세계 2위의 제약 시장이며, 포순제약 같은 대형 파트너와 협력한다는 것은 상업화 역량을 갖췄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투자자가 주목해야 할 3가지
1. 미충족 수요 시장 공략
엔허투가 아무리 좋아도 내성 환자는 나옵니다. 이들을 위한 2차, 3차 치료제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LCB14가 이 틈새를 노린다면, 엔허투와 정면 승부가 아닌 보완재 포지션을 가져갈 수 있습니다. 연 14조원 시장의 10%만 가져가도 1조 4천억원입니다.
2. 글로벌 파트너십의 가치
리가켐바이오는 자체 상업화 역량이 제한적입니다. 하지만 익수다, 포순제약 같은 파트너사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이는 기술수출(License-out) 모델로, 성공 시 마일스톤 페이먼트와 로열티 수익이 발생합니다.
임상이 진행될수록 기술이전 가치는 올라갑니다. 1상 성공 후 2상 진입 시점에서 추가 파트너십이나 계약 조건 재협상 가능성도 있습니다.
3. 플랫폼 기술의 확장성
LCB14는 리가켐바이오의 유일한 파이프라인이 아닙니다. 같은 ADC 플랫폼을 활용해 다른 타깃을 공략하는 후보물질들이 개발 중입니다. 이 중 하나가 ESMO 2025에서 같이 발표된 Nectin4-ADC (LN-4305/LN-4311)입니다.
🔬 리가켐바이오의 다른 파이프라인
- LN-4305/LN-4311: Nectin4 타깃 ADC, 넥틴 테라퓨틱스와 공동 개발
- 전임상에서 승인된 Nectin4-ADC '파드셉' 대비 우수한 효능 확인
- 최고 비중증독성용량(HNSTD)이 파드셉 대비 10배 이상 높음
한 가지 플랫폼으로 여러 파이프라인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은 개발 효율성이 높다는 뜻입니다. 하나의 성공이 다른 파이프라인의 가치도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리스크: 무엇을 조심해야 할까?
물론 장밋빛 전망만 있는 건 아닙니다. 바이오 투자에는 항상 리스크가 따릅니다.
임상 실패 가능성
현재는 1상 중간결과입니다. 2상, 3상을 거치며 효과가 줄어들거나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ADC 항암제는 특히 간독성, 폐독성 같은 특이한 부작용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경쟁 심화
HER2-ADC 시장에는 이미 강력한 경쟁자들이 포진해 있습니다. 엔허투는 계속 적응증을 확대하고 있고, 디시타맙 베도틴 같은 후발주자들도 임상을 진행 중입니다. 국내에서도 앱클론, 와이바이오로직스 등이 HER2-ADC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재무 구조
리가켐바이오는 아직 매출이 없는 연구개발 단계 바이오텍입니다. 2025년 상반기 기준으로 순손실을 기록하고 있으며, 연구개발비로 지속적인 현금 유출이 발생합니다. 기술이전 계약에서 선급금과 마일스톤을 받고 있지만, 본격적인 매출은 제품 출시 이후에나 가능합니다.
파트너 의존도
자체 상업화 역량이 없어 파트너사에 의존합니다. 파트너사의 임상 진행 상황, 재무 상태, 전략 변화에 따라 리가켐바이오의 파이프라인도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밸류에이션
현재 리가켐바이오의 시가총액과 임상 단계를 고려했을 때, 이미 많은 기대가 반영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1상 중간결과만으로 최종 승인까지의 긴 여정을 예단하기는 어렵습니다.
결론: LCB14가 가진 의미
리가켐바이오의 LCB14 임상 1상 중간결과는 분명 긍정적입니다. 특히 엔허투 불응 환자에서 치료 반응을 보였다는 점은 시장에서의 차별화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64%의 ORR과 우수한 안전성 프로필은 2상, 3상으로 진행할 만한 근거를 제공합니다.
다만 투자자 관점에서는 냉정하게 볼 필요도 있습니다. 아직 1상 중간결과일 뿐이고, 최종 승인까지는 긴 여정이 남아있습니다. 경쟁도 치열하고, 재무적 리스크도 존재합니다.
긍정 요인: 엔허투 불응 환자 반응, 높은 ORR, 우수한 안전성, 글로벌 파트너십, 확장성 있는 플랫폼
주의 요인: 초기 임상 단계, 경쟁 심화, 재무 리스크, 파트너 의존도
다음 주목 시점: 2026년 하반기 글로벌 1상 완료, 2상 진입 여부, 추가 파트너십 발표
LCB14는 HER2-ADC 시장에서 '엔허투 이후'를 준비하는 유력한 후보 중 하나입니다. 단기적인 주가 변동보다는 임상 진행 상황과 파트너십 확대를 지켜보는 장기적 관점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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